[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투기과열지구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투자권장지구'나 마찬가지다."
1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집값은 6.6% 상승했다. 같은 기간 6개 광역시 집값은 0.76% 오르는 데 그쳤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은 집값이 1.43% 하락했다. 전국 평균 집값 상승률은 1.82%를 기록했다. 8·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한 이후 1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3.6배 높았던 것이다. 특히 정부의 주요 타깃이었던 강남지역은 이 기간 집값이 7.4% 뛰며 강북지역 집값 상승률(5.79%)을 웃돌았다.
8·2 대책에서 서울과 함께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과천과 세종시 역시 비교 지역 대비 집값 오름 폭이 컸다. 과천은 8·2 대책 이후 1년간 집값이 3.22% 상승해 경기도 평균(1.73%)을 크게 웃돌았다. 세종시의 경우 최근 1년간 집값이 1.76% 올라 인접한 대전(1.52%)보다 높은 집값 상승률을 보였다.
투기과열지구가 처음 지정된 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9월6일이다. 서울 전지역이 투기과열지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1년간 집값 흐름을 살펴보면 서울은 8.9% 상승했다. 같은 기간 6개 광역시 집값이 7.48% 올랐고, 전국 평균 상승률은 8.39%를 기록했다. 당시 주택시장이 전반적으로 과열되던 상황에서 서울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음에도 평균보다 더 많이 오른 것이다.
또 다른 규제 지역인 투기지역 역시 규제의 역설이 나타났다. 8·2 대책에서 서울 강남·서초·송파·강동·용산·성동·노원·마포·양천·영등포·강서구 등 11개 구가 투기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1년간 집값 상승 폭은 비투기지역보다 높았던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11개 투기지역 집값은 최근 1년간 평균 6.28% 상승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나머지 14개 구 집값 상승률은 4.14%에 머물렀다.
정부 입장에서는 그대로 뒀으면 집값이 더 많이 뛰었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규제를 통해 집값 상승률이 그만큼 억제된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가장 강도가 센 것으로 평가 받는 8·2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는 것은 규제의 효과가 제대로 발휘됐다고 보기 어렵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보면 8·2 대책은 별로 효과 발휘하지 못했다"며 "지방 집값만 폭락했다"고 평가했다. 심 교수는 이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방법을 쓴 탓"이라며 "주택 공급 측면은 도외시하고 수요 위주로만 가다 보니 오히려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휴대폰 8시간 미사용" 긴급문자…유서 남긴 50대,...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