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다보니 매번 '기울어진 운동장'
최저임금 결정 과정서 노사 충돌 되풀이
공익위원 공정성 재고 위한 제고개선 필요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경제계에서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인 탓에 노동자, 사용자 간 합의 보다는 정권의 입맛에 맞게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매년 최저임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사용자위원 9명 전원과 근로자위원 9명 중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추천 위원 4명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결국 공익위원 9명의 손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된 것이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위촉하게 돼 있는 탓에 사실상 정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매년 이어졌다. 이번에 참여한 공익위원 9명도 전원 친노동 성향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어 논란이 컸다.
결국 공익위원은 내년도 최저임금 820원 인상의 근거로 ▲소득 분배를 위한 상승분(369원, 45%) ▲유사 근로자의 임금 인상 전망치(286원, 35%)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과 일부복리후생비가 포함되는 데 따른 보전(75원, 9%) 등을 들었다. 또 마지막까지 표결에 참여한 노동계에 대한 협상 배려분이라며 90원(11%)을 추가했다.
작년 말 최저임금위원회가 펴낸 연구 용역에서도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사대표가 동수인 현행 제도상 최저임금의 인상은 실제 공익위원에 의해서 결정되므로 공익위원은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현재 선출 구조에선) 공익위원이 사실상 정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을 수 있어 공익위원 및 최저임금위원회의 중립성 문제가 야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 2002년부터 올해까지 17년 간 근로자, 사용자, 공익위원 간 합의에 의해 최저임금이 결정된 경우는 2008, 2009년도 두 해에 그쳤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최저임금위원회의 공익위원 선임 방식을 개정해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공익위원을 국회서 의결하거나, 국회ㆍ대통령ㆍ대법원장이 3명씩 지명하는 국가인권위원회 방식, 노사 대표자가 공익위원 후보자를 제출하고 노사 양측이 서로의 후보자를 배제하고 남은 위원이 선임되는 노동위원회 방식 등이 거론된다. 또 현재 고용노동부 소속인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상을 대통령실 및 총리실 산하로 격상해 여러 부처와의 의결을 조율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이밖에 국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인 만큼 올 하반기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이 첨예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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