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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대형마트 애견 보호함, 내부 온도 재보니…'학대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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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년만의 폭염 속 찜통된 '애견 보호함'
내부 온도 '40도' 훌쩍
전문가들 "학대나 마찬가지"
1일 오후 인천 서구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애견보호함에서 반려견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

1일 오후 인천 서구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애견보호함에서 반려견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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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사람도 쓰러질 것 같은 무더위에 동물들은 오죽할까요"
1일 오후 1시께 찾은 서울 영등포구 한 대형마트. 쇼핑에 나선 고객들이 분주히 출입문을 드나드는 가운데 출입구 한 쪽 구석에는 철제로 만들어진 애견 보호함이 보였다. 가로 세로 약 50cm 크기의 해당 보호함은 지하철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 보관함에 숨구멍만 겨우 뚫어놓은 형태였다. 보호함은 유리 너머로 내리쬐는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고 있었다. 환풍이 전혀 안 돼 습한 데다 열로 달궈진 탓에 내부는 마치 찜질방을 연상케 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6도까지 치솟았다.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1년 만의 최고기온이다. 온도계로 측정한 보호함 내부 온도는 40도를 훌쩍 넘겼다. 만약 반려견이 들어 있었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을 정도였다.

같은 날 방문한 인천 서구 한 대형마트에는 실제로 보호함에 반려견이 갇혀 있었다. 출입구 앞에 설치된 애견 보호함에는 하얀색 푸들 한 마리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숨구멍이 뚫린 투명 플라스틱판은 강아지가 내뿜는 열기로 하얀 김이 서렸다. 강아지는 겁에 질린 눈초리로 연신 낑낑대며 철문을 긁어댔지만 주인은 약 30분 후 나타났다. 보관함에서 막 나온 강아지는 침까지 흘리며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견보관함 속 반려견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애견보관함 속 반려견 사진(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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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편의를 위해 설치된 대형 마트 애견 보호함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유례없는 무더위가 지속되는 탓에 보호함이 사실상 찜통이나 다름없어졌기 때문이다. 애견을 안전하게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보호함이 오히려 학대의 도구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매장 내 동물병원이나 애견용품점 등에 반려견을 맡길 수 있게 조처한 곳들도 있지만 아직 상당수 마트는 보호함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보관함을 설치한 건 마트 측이지만, 이를 실제로 이용하는 견주에게 문제가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애견 동호회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보관함에 갇힌 반려견의 사진이 올라올 때마다 견주를 향한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견주들도 할 말은 있다. 짖음이 심한 애견은 혼자 집에 둘 수도 없는 데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을 경우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세 살 난 강아지를 키우는 반려인 윤모(29·여)씨는 “반려견과 함께 바깥에 나왔다가 마트에 갈 일이 자주 생기곤 한다”면서 “하지만 마트 내부 출입이 아예 안 되다 보니 따로 맡길 곳이 없을 경우 잠시 보호함에 넣어두고 금방 물건을 사고 나오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밀폐된 장소에 반려견을 넣는 것은 학대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김종은 금천 24시 K 동물의료센터 대표원장은 “사람보다 몸 온도가 높은 반려견은 헐떡거리는 행위를 통해 열을 배출하는데 주변 온도가 높은 상황이 장시간 지속되면 목숨까지도 잃을 수 있다”면서 “더욱이 밀폐된 공간에 갇힐 경우 정서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에 놓이게 돼 학대에 가까운 상황이 만들어 진다”고 조언했다.

박소연 동물권 단체 케어 대표는 "반려 인구 천만 시대를 맞은 시점에서 애견을 물건 취급하는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꼭 필요한 시설물이라면 동물들이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형태로 시설을 개선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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