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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판에 현금 수백만원 왔다갔다”…‘불법 도박장’된 대형 게임사 웹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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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바둑이 게임 100만골드당 현금 23만 원에 거래…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불법

“한 판에 현금 수백만원 왔다갔다”…‘불법 도박장’된 대형 게임사 웹보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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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윤 기자] 초록색 테이블 위에 수십여 장의 트럼프 카드가 놓였다. 테이블에 둘러앉은 네 사람에게 각각 4장씩 패가 주어지면서 게임이 시작됐다. 이 게임의 초기 판돈은 5만 원씩으로 시작했지만 불과 수십 초 만에 1000만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1분 만에 게임이 끝나면서 1등은 걸린 판돈을 모두 가져갔지만 나머지 이들은 각각 50만∼400만 원가량을 잃었다.

이는 넷마블 자회사인 천백십일이 운영중인 웹보드게임 '로우바둑이' 게임의 한 장면이다.
대형 게임사가 운영하는 웹보드게임이 실제 도박판으로 변질되고 있다. 게임머니를 현금으로 환전해주거나 돈을 주고 되사는 이른바 '머니상' 때문이다.

이들은 시세에 따라 게임머니를 실제 현금으로 환전한다. 넷마블 바둑이 게임을 기준으로 100만골드는 현금 23만 원가량에 거래된다.

실제 돈으로 환전이 가능한 게임머니로 게임이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제 도박판과 다를 바 없다. 게임머니만 갖고 게임을 즐길 땐 단순한 카드게임에 불과하지만 머니상을 찾는 순간 도박의 길로 쉽게 빠지게 된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게임머니를 실제 돈으로 환전하는 행위는 모두 불법이다.
환전은 머니상이 1대 1로 게임방을 만들고 이 방에서 돈을 입금한 유저에게 입금한 금액만큼을 잃을 때까지 일부러 패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반대로 유저로부터 게임머니를 되살 경우엔 매입 금액만큼 게임머니를 따는 식이다.

머니상 또는 'M(money)상' 등으로도 불리는 불법 환전상들은 웹보드게임이 활성화되던 2000년대 초중반부터 생겨나기 시작했다. 과거 오프라인 또는 메신저로 은밀히 뒷거래(?)를 하던 이들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광고를 올리거나 게임방송 BJ 등과 결탁해 BJ에게 일명 '스폰(게임머니를 지원해주고 게임머니 환전을 홍보하는 행위)'을 해주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바꿨다. 환전이 쉽게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에 바둑이 게임은 머니상과 함께 도박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여겨진다. 특히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에서는 머니상에게 게임머니를 지원받고 웹보드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중계하는 BJ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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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머니 환전에 따른 폐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온라인 도박 중독 치료 커뮤니티나 카페 등에는 웹보드게임 환전에 손을 댔다가 '패가망신'한 이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는 게시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산에 사는 최모(38)씨도 그 중 한명이다. 그는 이 같은 웹보드게임 때문에 큰 낭패를 봤다. 5년 전 우연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그는 머니상의 존재를 알고 난 뒤부터 1년간 하루 10시간가량을 게임에만 몰입했다. 지금까지 잃은 돈만 5000만원 이상이다. 최씨는 "게임이 빠르게 진행되는데다 환전까지 가능하다보니 실제 돈이 나가는데도 점점 현실감각이 없어졌다"면서 "결국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게임에만 몰두하면서 가족과 친구들까지 모두 잃게 됐다"고 털어놨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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