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북미회담에 패자 없어"
"성과 없다" 비판론에 조목조목 반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19일(현지시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에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패자는 없었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게재하며 지난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의 성과가 없다는 일부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날 게재된 문 특보의 기고문을 통해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보수진영에서 제기된 비판을 소개한 뒤 이를 반박했다.
먼저 문 특보는 북미정상회담의 승자는 북한이라는 보는 것은 잘못됐다고 봤다. 그는 "전쟁에서는 승자와 패자라는 개념이 있지만 외교의 영역에서는 흑과 백처럼 명확히 나뉘지 않는다"면서 "(외교는) 점수를 낸다기보다는 양쪽 모두가 수용 가능한 합의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얻는 것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외교는 불완전하지만 윈-윈 게임밖에 될 수 없다고 봤다.
문 특보는 CVID와 북한의 비핵화 스케줄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북미정상회담 공동합의문에 CVID가 빠진 것에 대해 문 특보는 "완전한 비핵화가 대신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CVID라는 용어는 과거 리비아의 비핵화와 함께 북한 입장에서 일방적인 항복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어, 용어 사용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고 소개하며 "북한과 한국, 미국 사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는 CVID와 동의어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일정이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상 간의 회담은 통상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며, 북미정상회담 역시 예외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비핵화의 범위, 내용, 방법, 시한 설정 등은 실무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할 성격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다뤄지지 않았다거나 CVID 표현이 빠졌다는 이유로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성급하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미군사훈련을 워게임(war game), 도발적(provocative) 표현을 사용하며 중단을 발표했다.
이를 두고서 비판론자들은 ▲한미 연합군의 전투태세를 약화하고, 비용 등을 언급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방위 신뢰도를 저하시켰으며, ▲북한이 내놓은 것에 비교해 너무 큰 선물을 안겨줬고, ▲도발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방어적 목적의 한미연합훈련 정당성이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 특보는 "한미연합훈련의 임시 훈련이 주한미군 감축이나 한미훈련의 취소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 중단 결정은 향후 협상과 연관된 조건부 중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결정함에 따라 북한 역시 이에 상응하는 결과물을 내놔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문 특보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다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북한과의 문제에서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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