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베이징까지 철도 연결‥北 비핵화가 관건(종합)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도보산책을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중국을 매개로 남·북 경제를 잇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반도 평화와 북한 경제 발전을 위해 '중국 패싱'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을 끌어 들이겠다는 내용으로 읽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퍼스트(SCMP)는 7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담에서 3개 경제 벨트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SCMP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고 표현했다.

제안은 북한과 중국, 러시아 국경과 휴전선 인근에 각각의 지구를 설치하고 역할을 맡긴다는 내용이다. 중국과의 국경 인근 지구에는 물류, 러시아와는 에너지, 휴전선 인근 지구에는 관광이 추진 방향으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안’을 책자와 USB에 담아 전달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청와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SCMP는 청와대 측이 이 같은 내용에 대해 확인하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연장선 상에서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신경제지도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아니라 서해안 산업 물류벨트 건설 등 남북 경협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SCMP는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도를 베이징까지 통과시킨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목포에서 시작된 철도는 서울과 평양, 압록강변 북·중 접경 지역인 신의주를 통과해 베이징까지 이어진다.

SCMP는 중국측도 낙후된 북중 접경지역의 활성화 차원에서 이 같은 계획을 마다할 리 없다고 예상했다. 청샤오허 인민대학교 교수는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연계하기 위해 이 계획을 환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청 교수는 "남북을 잇는 철도가 개통돼 중국 북동부 지역을 지나가면 낙후된 경제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날게 분명하다"고 예상했다.

루차오 랴노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계획이 현실화 된다면 중국 북동부 지역이 동아시아 물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고 까지 평가했다. 그는 "철도가 놓인다면 해외 투자가 몰려들고 지역 경제는 비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CMP는 다만 이 같은 계획은 실현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역시 경제 협력에 대한 자세한 언급을 피하면서 비핵화를 우선시하는 입장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8일 접경지역 평화발전소 등 남북 경제협력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이러저러한 구상들이 나오고 있다"면서도 "그게 현실화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아직은 많은 제약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행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남북 경협이 불가능한 만큼 우선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에서도 경제라인은 제외했다.

하지만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을 가정해 물밑에서 남북 경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남북 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발전소 건설, 철도·가스관 구축 등 비핵화가 진행될 경우에 대비한 남북 경협 로드맵이 담긴 것으로 관측된다.

백종민 외교안보담당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이민찬 lee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