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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또 뒷북…'태아 기형' 여드름약, 뒤늦게 임신예방프로그램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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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가임기 여성이 섭취하면 태아 기형 등 부작용이 큰 여드름약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사용 제한 조치를 준비하고 나섰지만 '뒷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이 엄격히 제한돼온 데다 국내에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던 터라 보건당국이 너무 안일했다는 지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방배동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 제제의 안전 관리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임신예방프로그램(PPP)' 도입에 관한 논의를 진행한다.
PPP가 도입되면 등록된 환자·의료진·약국·유통업체만 이 약을 이용할 수 있거나, 의료진과 환자에 대한 교육이 실시되는 등 허가사항 외 오·남용 관리가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여드름약을 먹으면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부작용이 알려진 지 10여년이 지났다"며 "최근 국내 실태조사가 발표되자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된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은 중증 여드름 치료제로 많이 사용되는데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로아큐탄'이 오리지널약이고 한미약품 , 대웅제약 , 동아에스티 , 동구바이오제약 등 24개 제약사가 이 이 성분의 여드름약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연간 시장 규모는 50억원 정도이며, 현재 국내 가임 여성을 대상으로 연간 40만건이 조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약의 부작용, 특히 임신부가 먹으면 기형아 출산 등의 위험이 크다는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 알려졌다. 임신부가 이 약을 복용하면 35%의 태아에서 안면 기형, 신경 결손, 심장 기형, 귀의 선천성 기형, 구순열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다. 임신을 한 경우 20%는 자연유산을, 50%는 임신중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할 땐 최소 1개월 이상 약물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미국은 안전성 관리를 위해 2006년 임신예방프로그램의 일종인 'iPLEDG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의사가 전산시스템에 환자를 등록하고 패스워드를 부여한 뒤 지정된 약국의 약사에게서만 약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약물 복용 중 피임, 복용 전후 임신 여부 검사도 필수다. 유럽은 의사와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 자료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는 해외 보건당국의 안전성 정보를 모니터링하며 때마다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왔다. 미국과 유럽에 비해서는 관리가 느슨했던 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약 복용 기간 동안 임신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이후 임신 여부를 추적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미국처럼 전산시스템을 도입 할지, 유럽처럼 가이드라인을 줄지 업체와 상의한 뒤 의·약사 등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가 뒤늦게 임신예방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나선 데에는 지난주 공개된 국내 가임기 여성의 복용 실태 조사의 영향이 컸다. 지난 11일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2010년4월~2016년7월 2만2374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650명이 임신 중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의 약에 노출됐다고 발표했다. 이중 513명은 복용 중단 후 30일 이내 임신하거나 임신 중 복용했다. 약 80%가 태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시기에 이 약을 복용한 것이다.

심각한 부작용 논란, 온·오프라인의 불법 거래 등을 감안하면 '뒷북'이라는 지적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사용설명서, 의사의 설명 등을 통해 임신 중 복용 위험과 부작용에 대해 알렸지만 환자가 (부작용을) 알고도 약을 먹고 아이를 가지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이번 실태 조사를 통해 알았다"며 "최근 시판 후 안전관리가 강화되는 추세인 데다 국내에서 실제로 노출된 사례를 감안해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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