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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치르기 전 부동산 근저당 설정, 범죄일까?"... 대법 공개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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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판례는 '배임죄'...50년 넘게 손해배상 문제를 형사처벌 한다는 비판 계속

[아시아경제 장용진, 이기민 수습기자] 부동산 매도인이 중도금을 지급받고 다른 사람에게 근저당을 설정하는 '이중매매' 행위를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지를 놓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열었다. 배임죄로 처벌하는 기존 판례와 달리 민사 문제인 계약의 불이행인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뿐 형사처벌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2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법정에서 배임 혐의로 기소된 심모씨에 대한 상고심의 공개변론(주심 김신 대법관)을 열었다.
심씨는 2012년 10월 자신이 보유한 경남 고성군 토지 중 일부를 9700만원에 A씨에게 넘기기로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이듬해 2월에는 중도금 명목으로 다시 1000만원을 받았다.

잔금 지급이 늦어지자 A씨에게 팔기로 한 땅을 담보삼아 돈을 빌리고 땅에는 9500만원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나중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심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1, 2심은 유죄(징역 8개월)가 선고됐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중도금을 받은 매도인에게 부과되는 '부동산이전등기 협력 의무'가 타인의 업무를 맡아 수행하는 것인지 단순히 협력을 해야하는 채권인지 여부였다.
검찰은 "중도금을 받으면 매매계약의 임의 해제가 불가능한 만큼 소유권이 매도인에게 있어도 등기협력의무는 타인의 사무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성룡 경북대 교수도 "부동산 계약금 이후 중도금 단계로 넘어가면 매도인은 타인의 재산을 관리해야 하는 지위가 발생한다"며 "쌍방 합의가 아닌 매도인의 일방적인 파기라면 범죄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변호인 측은 “부동산 이전등기 절차는 매도인과 매수인 등 양당사자가 각각 자신의 의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타인을 위한 (자신의) 사무가 될 수 있지만 타인의 사무가 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일정한 행위를 해야하는 의무인 채권으로 볼 수 있을 뿐 '타인의 사무를 대신 처리'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만큼 배임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변호인 측 참고인인 박찬걸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 손해배상과 같은 민사상의 형법적 시스템이 있는 만큼 법익 보호는 최우선이 아니라 최후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변론은 양측의 열띤 논쟁으로 예정시간을 1시간 가량 넘겨가며 계속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동산 이중매매를 배임죄로 처벌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50년 이상 논쟁이 이어져 온 것으로 '법조계의 해묵은 숙제'로 불린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중매매가 잇따르자 강력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형사적 처벌이 가해지게 됐다.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이중매매는 사기죄로 처벌하고 악의적이지 않은 이중매매는 배임죄를 적용하는 것이 기존 판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제 부동산 거래환경과 사정이 크게 바뀐 만큼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한편 대법원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선고는 대법관 평의를 거쳐 2~3개월 내에 이뤄질 전망이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이기민 수습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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