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1875년 설립돼 미국 3대 담배 제조회사였던 R.J.레이놀즈타바코 창업자의 손자인 패트릭 레이놀즈는 아이러니하게 금연운동가다. '카멜', '도럴', '세일럼' 등의 브랜드 제품을 잇따라 히트시키면서 할아버지는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손자는 담배의 해악을 알리는 데 팔을 걷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할아버지, 아버지를 흡연으로 인한 병으로 잃은 그는 자신이 상속받은 R.J 레이놀즈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그는 대학 중ㆍ고교에서 '담배의 진실'을 알리는 인기 강사로 활약중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펼치는 호주는 흡연율이 최근 10년새 10%포인트 하락했다. 호주는 2013년부터 담배 포장을 단순화하고, 브랜드와 관계없이 모두 올리브색으로 통일하도록 한 '단순포장(Plain Packaging)법'을 시행중이다. 올리브색을 택한 것은 흡연자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색상이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에 당황한 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BAT)와 필립모리스 등 담배회사들은 지적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호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2012년 호주 대법원은 정부의 조치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정부 손을 들어줬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진두지휘한 니콜라스 록슨 당시 호주 보건부 장관은 훗날 여성 최초의 법무 장관이 되는데, 그는 법원 판결 당시 "우리가 거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반겼다. 록슨 장관은 10살 때 아버지가 흡연에 따른 암으로 사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담배회사를 상대로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5년째 이어가고 있다. 내일 열리는 13회 변론에는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이 직접 참석하고 양측은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전망이다. '모든 담배는 해롭다'는 대전제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여전히 담배는 기호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호주의 용기를 되새겨볼 때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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