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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북 인권문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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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북 인권문제'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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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7월 발표한 '베를린 선언'은 올해 대부분 구체화되고 있다. 하지만 베를린 선언에 담긴 문 대통령의 대북 로드맵 중 아직 거론되지 않은 유일한 현안은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다.

따라서 원칙을 중시하는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북한의 인권 문제 카드를 언제 꺼내들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인권 문제를 문 대통령이 거론할 경우 순식간에 남북관계가 뒤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의중을 밝힌 21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2012년 대선 때부터 준비한 한반도 평화체제 틀을 실현하는 과정이다"며 "베를린 선언은 문 대통령 본인의 한반도 비전"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베를린 선언을 통해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와 함께 분명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과 관련한 인간 존중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 규범을 한반도에서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이다.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인 협력 확대도 인권 개선 문제와 연결시키겠다는 의중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 2차 회의를 주재하면서 "남북이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간섭하지 않고 서로 피해 주지 않고 함께 번영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간섭'의 의미에 대해 "대북확성기 방송도 간섭"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인권 문제 제기가 간섭이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해석에 따라서는 북한 인권이 내정 간섭이라던 기존 진보진영의 입장을 유보하는 듯한 발언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중시해 온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보장과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북한의 인권 개선 문제를 의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정상국가'로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선 보편적 가치의 인권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을 위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국내외 보수 강경파의 요구까지 수용해야 한다는 명분론도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핵화 문제가 해소되더라도 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가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에서 북한의 인권 개선 요구를 분명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역설적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로 내세운 국내 보수 야당을 향해 멍석을 깔아 준 효과도 있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진전되더라도 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을 공격할 빌미를 제공한 셈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미국 의회 내에서는 벌써부터 북ㆍ미 정상회담의 의제가 비핵화에 국한하지 않고 북한 인권 문제까지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소리(VOA)는 21일(현지시간) 미 하원의원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가 북ㆍ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돼야 한다고 촉구한 발언을 보도했다.

제임스 맥거번 민주당 하원의원은 전날 워싱턴 미국평화연구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VOA 기자와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랜디 헐트그렌 공화당 하원의원도 '북한 이권 문제가 비핵화 논의로 인해 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사실이다"며 "그런 상황을 바꾸거나 인권 문제도 핵 문제와 함께 논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북한의 자세다. 북한의 태도에 따라 인권 문제는 주한미군과 함께 남북 및 북ㆍ미 정상회담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북ㆍ미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가 의제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19일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내정간섭책동을 단호히 짓부숴버려야 한다'는 제목의 정세논설에서 "미국은 국제법도 안중에 없이 오만하게 놀아대고 있다"며 "해마다 발표하는 인권보고서는 다른 나라의 내정에 마수를 뻗치고 지도부를 전복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논평에서도 "미국이 반공화국 인권모략 책동에 광분하면서 우리의 대외적 영상을 훼손시켜 보려고 악랄하게 책동하고 있다"며 "있지도 않은 우리의 인권문제를 계속 확대시키며 악의에 차서 헐뜯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문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북 체제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 ▲북한의 핵도발 중단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양자대화와 다자대화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군사 고위급 회담 ▲남북합의의 법제화 추진(국회 비준) 등이 진행된 상태다. 다자대화는 남ㆍ북ㆍ미 정상회담은 물론 남북을 포함한 미,중,러 또는 북ㆍ일 정상회담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본의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복수 루트를 통해 북한측에 전달했다고 복수의 북ㆍ일 관계 소식통을 인용해 21일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의 방북 당시 양측이 합의한 국교정상화 및 경제협력을 담은 '북ㆍ일 평양선언'을 고리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의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제안은 베를린 선언 중 ▲항구적 평화체제 기반 구축 ▲종전 선언 ▲평화협정 체결을 전제로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남ㆍ북ㆍ미 정상회담 제안과 관련해 21일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와 북ㆍ미관계의 정상화, 남북 관계의 발전, 북ㆍ미 간 또는 남ㆍ북ㆍ미간 경제협력 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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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주 정치사회 담당 선임기자 wjch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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