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2% 이하에서 안정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2009년 2분기에는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6.1%나 밑돌았다. 그만큼 미국 경제에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부터 미국 GDP가 잠재 GDP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4분기에는 그 차이가 0.5%에 이르렀다. 이제 미국 경제에 초과 수요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넘어서면 시차를 두고 물가가 올랐다. 특히 3분기 후에 물가상승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는데, 이를 고려하면 올해 2분기부터 물가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유가 상승도 물가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배럴당 105달러였던 유가(WTI, 연평균 기준)가 2009년에는 62달러로 급락했다. 그 뒤 상승세를 보였으나, 2016년에는 43달러에서 안정되었다. 이런 유가 하락이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유가가 배럴당 51달러로 전년보다 18% 상승했으며, 유가 상승 추세는 올해 들어 더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유가는 1분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고용극대화'이다. 2009년에 10%까지 올라갔던 실업률이 최근 4.1%까지 하락하는 등 고용여건은 크게 개선되었다. 그동안 물가가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했다. 그러나 이제 경제가 잠재 능력 이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유가가 오르고 달러 가치는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상승률이 Fed의 목표치인 2%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금리 인상 속도가 더 빨라지고, 이는 거품영역에 있는 주식시장 붕괴를 초래하는 등 미국 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물가 추이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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