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악용' 보이스피싱, 작년 하반기 피해액 148억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범의 전화를 받고 가상통화 취급업소 계좌로 8억원을 입금했다. 사기범은 사전에 확보한 A씨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미리 가상통화 취급업소 회원으로 가입해 둔 상태였다. A씨로부터 피해금을 송금받은 사기범은 가상통화를 구입하고 이를 전자지갑으로 이전해 현금화했다.

금융감독원은 5일 발표한 '2017년 보이스피싱 및 대포통장 현황 분석'을 통해 지난해 하반기 들어서만 가상통화 취급업소로 송금된 피해액이 14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년 전보다 26% 증가한 242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피해액 증가분인 499억원의 30%가 가상통화로 악용됐다. 가상통화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금은 1137만원으로 전체 보이스피싱 건당 피해금(485)만원의 2.3배에 달했다.

사기범들은 가상통화가 금융권의 의심거래 모니터링과 자동화기기 인출 제한이 없어 거액의 출금이 가능하고 자금추적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했다.

서민들의 자금수요를 악용, 저금리 대환대출을 빙자해 기존 대출원금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피해액이 1805억원으로 급증해 전체의 74.5%를 차지했다. 특히 대출 수요가 많은 40~50대 비율이 전체 피해자 대비 62.5%에 이르렀다.

이 밖에도 정부기관을 사칭해 20~30대 젊은 여성을 표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사기도 급증했다. 정부기관 사칭형의 54.4%를 20~30대 여성이 차지했다.

반면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정지된 '대포통장' 발생 건수는 총 4만5422건으로 은행권의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과 모니터링 강화로 전년 대비 2.6%(1204건) 감소했다.

은행권의 대포통장은 전년 대비 8%(2677건) 줄어든 반면 제2금융권인 새마을금고와 우체국은 각각 25.9%(824건), 15%(413건) 늘어났다.

고객수 1500만명 이상 대형은행 중에는 NH농협은행이 고객수 대비 대포통장 발생건수가 가장 적었다. 고객 1만명당 대포통장 발생건수는 NH농협은행이 0.72건이었다. 다음으로 KEB하나은행 1.42건, 우리은행 1.95건, 신한은행 2.23건, IBK기업은행 2.41건, KB국민은행(2.74건)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에 가상통화 거래 계좌가 보이스피싱에 악용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취약계층별·연령대별 맞춤형 홍보를 진행하고 금융권과 공동으로 연중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