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원다라 기자] 삼성 주요 계열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등법원에서 나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이 여전히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삼성 관계자들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의 주요 근거가 된 '묵시적 청탁'이 재차 인정될지 모른다는 불안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심에서 특별검사팀은 승마 지원, 재단 출연의 대가로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해 중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에서도 묵시적 청탁 여부가 그대로 인정된다면 유죄 선고가 유력하다.
법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증언만으로는 삼성 측이 다소 유리하다. 특검은 공소장을 변경해 지난 1심에서 제기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독대 이전에 두 사람이 만나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0차 독대설'이다. 두 사람의 1차 독대 시간이 5분에 불과해 공모를 모의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검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0차 독대와 함께 '단순 뇌물죄'와 '제3자 뇌물' 혐의를 추가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한 몸임을 인정받지 못할 경우에는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해 형량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제3자 뇌물 혐의의 경우 부정 청탁 여부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공소장 변경이 이번 항소심의 최대 변수가 된 셈이다. 삼성 측이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부분이다.
항소심에서 이 부회장에게 무죄 또는 집행 유예가 선고될 경우 이 부회장의 구속 집행은 정지된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일 때 가능하다. 지난해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돼 이미 1년간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만큼 형량이 4년 이하로 내려갈 경우 선고 직후 행정절차를 거쳐 석방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월 구속영장청구 기각 당시에도 법원에서 나오자마자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주요 경영진과 회의를 했다. 1년의 경영 공백 상황을 메우기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집행이 정지될 경우 대법원 상고 여부와 관계없이 즉각 경영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도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이번 재판이 재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며 "외신들이 오히려 이 부회장 사건을 놓고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표현하는 점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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