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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이 프랑스 대선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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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프랑스와 한국. 오는 5월7일과 9일 이틀 간격으로 새 대통령을 만나게 되는 두 나라가 전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양국은 정치ㆍ사회ㆍ경제ㆍ외교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으며 비슷한 시기 대선을 치르고 있다. 양국이 처한 상황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비슷한 모습이다. 경제 위기속에 프랑스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한국 역시 경제 부진을 탈피해야 하지만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고 북핵 문제에 단단히 발목 잡혀 있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양국은 리더십 부재에 시달렸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4% 지지율로 '미스터 4%'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돼 영어의 몸이 됐다. 양국 모두 위기 탈출을 주도할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갈망이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사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은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양국을 서로 방문하며 우의를 다진 사이다. 두 사람의 정치적 방향은 정반대지만 경제 회복의 기대를 안고 정권을 출범시켰다. 올랑드 대통령은 실업률이 10%를 넘어서자 프랑스 경제를 '국가 비상사태'라고 규정하고 대책마련에 몰두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외쳤지만 돌아온 것은 2년 연속 2%대 경제성장률이었다.

두 대통령은 양국 역사의 전환점이 되는 과오도 저질렀다. 프랑스 의회는 올랑드 대통령이 언론과의 대담집을 발간해 국가기밀을 누설했다며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하기에 이르렀다. 우파 정부의 경제 실정을 고치겠다며 정권을 차지한 좌파 대통령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대선공약과 반대로 노동 개혁에 나서다 보니 국민들의 신임은 땅에 떨어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극우세력인 마린 르펜 후보의 약진만 도운 장본인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올랑드 대통령의 밑에서 경제장관을 지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선전하지 못했다면 그는 프랑스를 극우에게 바쳤다는 역사의 죄인이 될 뻔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리며 헌정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는 수모도 겪었다.

올랑드 대통령의 부진은 샤를르 드골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불러왔다. 지난 40년간 프랑스 정치를 양분했던 공화-사회 양당정치의 몰락에도 프랑스 5공화국을 출범시킨 드골 전 대통령의 위상은 여전히 공고하다. 이를 잘 아는 프랑스 대선 후보들은 드골에게 기대고 있다.

르펜 후보는 드골 전 대통령의 알제리 독립 허용을 비판하면서도 선거 내내 자신이 드골의 후계자라고 외치고 있다. 마크롱 후보 역시 드골처럼 좌우파의 장점만 취사선택하겠다며 자신이 드골의 이념적 계승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약 50년 전에 권좌에서 물러난 이가 현재의 대선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마크롱이나 르펜은 드골에게 큰 빚도 있다. 드골이 군소정당의 대선 참여 길을 열기 위해 대선을 1,2차로 나눈 덕에 의회 입자가 부족한 두 사람이 대선 결선에서 맞붙을 수 있게 됐다.

이런 프랑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5년 전 한국 대선판에서 우리가 목도했던 장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 기대 집권에 성공했다. 그리고 딸은 실패한 정치인이 됐다.

비록 이역만리 타국의 일이지만 프랑스 대선 후보들이 한국 전 대통령의 실수를 교훈 삼았으면 한다. 집권을 위해 누군가의 이미지에 기대기보다는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국정운영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말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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