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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시선]한심한 출입국관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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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200만 시대이다. 이제 외국인들이 우리 사회 깊숙이 들어와 있다. 식당에서 흔 히 듣는 연변사투리와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베트남 신부들, 그리고 공항난민. 그 틈새에 다문화가족을 앞세운 특혜와 이민사업자들의 농단...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법이 만들어지지만 일단 법이 만들어지고 나면 다시 이 법이 현실을 규정하고 변화시킨다. 따라서 외국인의 법현실에 대한 규율의 중심인 출입국관리법에 그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그런데 이 법률을 자세히 들여다본 사람은 알 것이다. 요즘 유행어를 빌자면 이것도 법인가 싶게 체계도 없고, 내용도 부실하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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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법률이든 서두에 그 법률의 목적과 그 목적 달성을 위한 기본 틀과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왜 국가가 사회에 개입하고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는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출입국관리법에도 제1조에 목적이라고 해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은 목적이 아니다. 출입국관리법의 규율대상이 국민의 출국제한과 외국인의 입국제한이라는 이질적인 생활관계이기 때문에 이 양자에 어울리는 목적을 설정할 수 없는 것이다. 우병우나 김기춘을 출국시켜도 되는가 하는 문제와 콩고의 어느 지역 추장 아들이 군사정변을 피해서 왔다는데 입국을 시켜도 되는가 혹은 인도 요리사에게 몇 년짜리 체류허가를 내줄 것인가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하나의 법률로 포괄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부터 체계가 흔들린다. 원칙규정 하나를 둘 자리가 없다.

내용도 부실하다. 출입국관리법 제10조는 비자(외국인이 국내에서 갖는 지위)제도에 관해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달랑 한 줄 적어 놓았는데 시행령을 보면 A4 용지 10장 분량의 복잡한 내용이 나온다. (독일이나 미국에서는 중요한 내용을 모두 법률로 정해놓고 있음은 물론이다. 여의도의 국회가 의무를 방기한 전형적인 예이다.)

불법체류자 단속도 그렇다. 인권침해의 우려가 상당히 높은데도 근거규정을 찾기가 숨은그림찾기만큼이나 어렵다. 독일이나 미국은 물론 정교한 법체계를 갖고 있다. 유창한 외국어가 아니라도 그 나라들 법을 읽는 것이 수월할 지경이다. 사업장에 압수수색 혹은 단순 출입, 그래서 걸러진 불법체류자의 구금에 대해서까지 자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영장이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획일로 규정하지도 않는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여기도 기업 프랜들리라서 규제의 핵심인 고용주에 대한 제재조항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공항난민 사태에서는 더욱 한심하다. 이에 관해 출입국관리법은 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빈틈이 많은 난민법의 단 3줄짜리 내용 없는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의존하고 있다. 어떻게 하라는 법이 없으니 그 사람들은 공항에 하릴없이 머물러 있는 것이다. 독일의 출입국법은 난민송환금지에 관해 그리고 기타 인도적 체류자 등에 관해 각각 조문 하나가 2-3페이지씩 규정하고 있다. 난민법에도 여러 조문을 두고 있으니 법대로 내보내고 들여보내면 된다.

이렇게 모호한 규정 앞에 선 공무원은 자의적이 되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는 근거규정이 없다 해 뒷짐 짓고 여론의 관심이 쏠리지 않으면 원님 재판하듯이 전횡을 한다.
법률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 가장 중요한 의사소통수단이자 개입수단이다. 개입은 채찍과 당근으로 이뤄져야 한다. 규제는 둔하게 주변까지 부숴버리는 몽둥이가 아니라 낭창낭창하게 정밀타격하는 채찍이 돼야 한다. 당근은 당장 먹으라고 주서 일회성으로 그칠 것이 아니다. 눈앞에 매달고 다 뛰어야 먹을 수 있게 설계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 출입국관리법은 과묵하고 일방적이다. 외국인에게 요구할 것을 제대로 요구도 못하는, 1960년대 박정희 군사정권 초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친 마초의 법에 불과하다. 21세기 세계화 시대에 걸맞게 전면 개정돼야 한다.






김환학 서울대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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