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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을 사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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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나미술관, 입체 및 공간설치 5점…내달 16일까지
아픔과 고통, 두려움, 슬픔을 따뜻한 시선으로 풀이
다양한 매체를 유연하게 조립…인간 감정에 대한 근본적 성찰

김승영 작가 [사진=사비나 미술관 제공]

김승영 작가 [사진=사비나 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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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작가는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에 관해 이야기한다. 감정을 쇠사슬로 끌어 올리고, 또 부서지고 오래된 것들은 철장 안에 벽돌처럼 쌓아놓는다. 지하에 내려가 보면 그 감정을 깨끗이 쓸어내 비워냈다. 감정을 초월한 부처님에게도 슬픔을 끄집어낸다.

김승영 작가(53)의 개인전 ‘Reflections’이 내달 16일까지 사비나미술관 전관에서 열린다. 입체 및 공간설치 다섯 점이 조그마한 미술관을 가득 메운다. 지하부터 2층까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품들이 관람객에게 꽤나 점잖은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1995년 첫 번째 개인전인 ‘Reflection’과 제목이 같다. 회귀(回歸), 처음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도 있다. 김 작가는 “이번 전시는 삶에 대한 기억, 기억으로 생기는 상처 또는 흔적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으로 돌아간 경향도 있지만, 단순한 ‘반영’의 의미에서 벗어나 그간의 시간들이 쌓여져 얻은 ‘반성’의 의미가 더해졌다”고 말한다.

Reflection_물, 철, 글자가 새겨진 고벽돌, 모터장치_가변크기_2016

Reflection_물, 철, 글자가 새겨진 고벽돌, 모터장치_가변크기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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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점 모두 올해 만든 신작이다. 쇠사슬은 중심 재료로 쓰인다. 작가는 ‘속박’의 의미로 인간의 육체와 감정을 컨트롤하는 ‘뇌(2016)’를 쇠사슬로 표현했다. 그러다가도 ‘Reflection(2016)’에서 육중한 쇠사슬은 검은물이 담긴 우물에서 무언가 끊임없이 끌어올리고 내리기를 반복한다. 2층 전시장의 오래된 벽돌 더미(마치 우물에서 끌어올린 것 같은)와 연결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작가는 현대인이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나 의미, 사건의 단어를 벽돌에 새겨 넣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역시나 감정이다. 인간은 동물들에 비해 수많은 감정들과 그 표현이 있다. 하지만 순수하게 내보이기가 쉽지 않다. 감정을 나오게 하는 것은 마음인거 같기도 하고 뇌 같기도 하다. 때때로 인간은 감정에 끌려 다니기도 한다. 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은 건강한 일이지만 교육, 환경 등 여러 사회적 요인들에 의해 슬픔조차 그 의미가 달라진다.”

“쇠사슬이 지닌 특성은 굉장히 흥미롭다. 이중적인 면이 있다. ‘묶여있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쇠사슬 자체는 ‘구속’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서로를 단단하게 이어준다. ‘끌림’ 또는 ‘연결’의 의미도 있다.”

슬픔_브론즈_88x42x50cm_2016(사진 왼쪽), 뇌_저울, 쇠사슬_42x35x31cm_2016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슬픔_브론즈_88x42x50cm_2016(사진 왼쪽), 뇌_저울, 쇠사슬_42x35x31cm_2016 [사진=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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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입구에 놓인 ‘슬픔(2016)’은 6~7세기 가장 대표적인 불교 조각상인 ‘국보 제 83호’ 반가사유상을 변형시켜 제작했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 해탈과 초월의 상징인 부처를 슬픔과 고뇌가 가득한 도상으로 탈바꿈시켰다.

김 작가는 “손이 눈 쪽으로 가 있다든지 고개를 숙인 정도, 표정 등을 조금 바꿨다. 어디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부처님 마음에 돌을 던지면 파문(波紋)이 일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반가사유상을 보면서 '슬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감정 자체에 중점을 둔다.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관람객을 어루만지지만 ‘치유’는 작품을 접하며 느끼는 2차적 요소다. 근본적 성찰의 시간으로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묶였던 감정을 풀어낸다.

김 작가는 “시대의 아픔뿐만 아니라 예나 지금이나 슬픔은 언제나 사람들 곁에 있다. 직접적이고 무거운 메시지보다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시대상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시대를 떠나서도 지니고 있는 감정에 대해 고민했다. 오히려 관람객이 작품에 다가올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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