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공기청정기 논란에 소비자들 '불안'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최근 일부 생활가전 업체의 공기청정기 필터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일종인 옥타이리소씨아콜론(OIT)이 검출됐다는 언론 보도로 인해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해당 기업들 중 한곳은 보도의 근거가 된 시험결과에 동의할 수 없어 법적인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강경대응 입장을 밝혔다. 정부에서는 공기청정기 필터도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라 소비자들의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 방송사는 최근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5개 회사 공기청정기 필터를 수거해 한 대학교 부설 연구소를 통해 독성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2개 회사 제품에서 OIT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OIT는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간 클로로메탈이소티아졸리논(CMIT, Methylchloroisothiazolinone) 계열의 성분으로 2014년에 환경부에서 유독물질로 지정한 바 있다.

OIT가 검출된 회사중 한곳으로 지목된 쿠쿠전자는 이에 대해 자사의 공기청정기 필터에 OIT가 함유됐다는 사실을 공급처인 3M사로부터 확인받았다고 밝혔다.

쿠쿠전자는 다만 보도 내용과는 달리 OIT가 필터에 코팅돼 고체화 됐기 때문에 공기 중으로 방출되기 어렵고 함유량도 환경부 허용기준 1%의 10분의1인 0.11%로 기준에 부합해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을 3M사로부터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환경보호청의 CMIT, MIT 기준치 대비해서도 훨씬 낮은 수치로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쿠쿠는 실사용 조건과는 상이한 시험방법으로 OIT 존재 유무만을 확인해서 유해성을 주장하는 시험결과에 동의할 수 없어 그 시험 주체에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다만 쿠쿠는 자사 공기청정기를 사용 중인 고객들의 심리적인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고객들이 원할 경우 OIT가 함유되지 않은 필터로 무상교체할 예정이라고 했다.

쿠쿠의 이같은 해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많은 가정이 공기청정기를 구매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집들도 많아 제품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공기청정기에 3M필터를 사용하는 업체가 쿠쿠전자 외에도 여러 곳이라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현재 공기청정기 제조사 중 여러 곳에서 3M필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초기부터 공기청정기를 1년 이상 사용하고 있다는 가정 주부 A씨(서울, 30세)는 "보도를 접하고 집에서 사용하고 있던 공기청정기 사용을 바로 중단했다"며 "조사 결과나 제대로된 해명이 나올 때까지 공기청정기 사용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차원에서 조사에 나선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우려스럽다. 환경부는 이번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기청정기 필터도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전수조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개월가량이 걸릴 것으로 알려져 조사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