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를 규탄하는 이번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는 곳곳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51명이 연행되고 14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일부 참가자들이 차벽으로 설치된 경찰버스를 밧줄로 묶고 끌어내려고 하고 이에 경찰이 시위대를 겨냥해 캡사이신 용액을 탄 물대포를 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특히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백모(69)씨가 물대포에 맞아 머리에 중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위중한 상태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힌 장면을 보면 경찰은 백 씨가 쓰러진 뒤에도 정조준해 물대포를 계속 쐈고 백 씨를 구하기 위해 달려온 다른 시위대에도 물대포를 퍼부었다.
하지만 경찰 측은 불법 집회를 진압하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 과잉진압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도 불법시위를 주도하고 폭력을 휘두른 이들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마든지 합법적인 방법이 있는데 폭력을 동원한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논지다.
'금방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험악한 분위기', '공공건물이 불타거나 파괴', '시내곳곳의 도로가 봉쇄당해 통행 불편', '무정부 상태를 재현시키려는 듯한 심각한 폭력사태', '과격ㆍ폭력 시위가 이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위험수위'. 대통령직선제 쟁취를 위해 1987년 6월 전국적으로 일어난 시위에 대해 당시 주요 일간지들이 사용한 표현이다. 폭력시위라는 프레임은 어제오늘의 것이 아닌 셈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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