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성 간 빅딜 당혹스럽긴 하지만 "파업,투쟁없이 '창조적파트너십' 추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방문해 비전 공유해달라" 요구
3일 오전 11시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왼쪽 두번째)은 삼성정밀화학 울산사업장에서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파업' 대신 선택한 노사합의…초일류 스페셜티 화학사로
삼성정밀화학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고용과 처우를 보장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롯데그룹에는 5가지 요구사항을 밝혔다. 이날 삼성정밀화학이 발표한 성명서에는 ▲신동빈 회장의 회사 방문, ▲고용과 처우에 대한 명확한 보장, ▲적극적인 투자 확대와 지원, ▲창조적파트너십에 대한 지지와 지원, ▲소통과 상생의 실천 강화 등이 담겼다. 특히 신 회장이 직접 회사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격려와 회사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해 줄 것을 바라는 부분에서는 롯데케미칼 소속으로 옮기는 것에 대한 내부 직원들의 동요와 불안감 등을 불식시키고, 하루 속히 롯데의 일원으로서의 소속감을 강화시켜 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성명서를 위해 삼성정밀화학은 전일 새벽까지 노사가 치열하게 갑론을박을 펼쳤다. 삼성정밀화학은 성 사장이 2011년 7월 취임하면서 노사간 '창조적 파트너십'을 추진한 이후 타사와 달리 노사간 협력이 긴밀하게 유지되어 왔다. 성 사장은 해외 마케팅이나 인력채용을 위해 해외출장을 갈 때에도 항상 노조위원장과 동행했다. 노조가 생산현장에서만 있을 게 아니라 경영에도 함께 참여해 회사의 현황과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자는 뜻에서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지난 2013년 회사가 사상 최초 적자를 냈을 때 노사가 인력감축에 대한 필요성을 충분히 교감, 구조조정을 이끌어냈다. 감원을 실시할 때마다 노조 반발에 부딪히는 국내 제조업계 상황을 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삼성 유일한 노조, "어떻게 일군 노사문화인가…지켜나가자"
삼성정밀화학의 울산공장은 연간 3만7000t의 메셀로스와 1만여t의 헤셀로스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창립 49년째인 2013년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경영난에 봉착,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설상가상 염산가스 누출사고까지 발생하는 등 경영악재가 잇따르자 내부에서는 '아홉수'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임직원들의 위기극복 DNA를 확인해주는 기회가 됐다. 노사합의에 따라 200여명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 창조적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현장에서는 원가절감운동, 사업장 환경미화 활동 등을 진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근의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가능한 것이 삼성정밀화학만이 가진 창조적파트너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정밀화학 노사는 굉장히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롯데로 인수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울산사업장 내에서도 반발이 컸던 것으로 안다"면서 "이 과정에서 업계에서는 흔치않은 '창조적파트너십'이라는 독자적인 노사문화가 저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