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는 삼성맨…'생떼' 대신 '화합' 어떻게 가능했나?
-2011년 '창조적파트너십'으로 기틀 마련
-"국내 기업들도 이제는 '성숙한 노사문화' 정착되어야할 때"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삼성과 롯데 간 화학계열사 빅딜로 내년부터 롯데케미칼 소속이 되는 삼성정밀화학이 빅딜 직후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창조적파트너십을 골자로 하는 성명서를 발표해 화제다. 그동안 삼성 빅딜에서는 '삼성'브랜드를 떼어내는 대가를 요구하거나 빅딜을 반대하는 투쟁에 돌입하는 등 생떼를 쓰는 게 관례처럼 여겨졌다. 이번에도 고용보장 문제 등을 둘러싸고 여느 때처럼 파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삼성정밀화학은 '투쟁' 대신 '화합'을 선택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노사문화를 생소하게 여기며 '어용노조'가 아니냐는 의심까지 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매년 임단협도 하고 노사의 긴장감도 팽팽하게 갖고 있는 정식노조"라며 "인근의 사업장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얘기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삼성정밀화학만이 가진 창조적파트너십 문화"라고 말했다.
◆성인희 사장 "내가 총대 메겠다"
삼성정밀화학이 투쟁 없이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낸 데에는 성인희 사장의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성 사장은 삼성과 롯데의 빅딜 발표 직후인 지난 30일 오전 9시 서울 사업장에서 전직원을 직접 대면하며 롯데로의 매각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오후 1시에는 울산 본사 사업장을 찾아 교대근무자를 제외한 전직원을 모아놓고 흔들림없이 업무에 충실하자고 설득했다. 지난 주말 내내 노조와 함께 이번 빅딜 배경과 이후의 방향에 대해 논의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에 노조도 '회사 먼저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데에 공감했다.
일부에서는 롯데로의 인수에 반대하자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성 사장은 이미 2년 전 회사가 위기에 놓였을 때 동료들을 떠나보냈던 경험이 있지 않냐고 노조를 설득,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나섰다. 이에 삼성정밀화학은 3일 노사공동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롯데그룹에 고용과 처우를 보장해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5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롯데로의 매각은 적극 지지하겠으니, 롯데 역시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투자를 늘려 '초일류 스페셜티 기업'으로 나아가도록 전폭적인 지원 또한 아끼지 말아달라는 게 요지다. 삼성정밀화학은 향후 직원들의 고용 및 처우, 위로금 지급 문제 등에 있어 노사가 공동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2013년 동료 떠내보낸 뼈아픈 경험.."두 번 다신 없도록"
삼성정밀화학보다 앞서 '한화'로 매각된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 등은 고용승계와 위로금 지급 문제로 노사간 갈등을 겪은 바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최근 노조 파업으로 지난달 30일 울산공장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 측은 매일 25억원의 매출손실을 입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일련의 상황들을 지켜본 삼성정밀화학은 "회사가 힘들 때 결국 그 피해는 직원들이 입게 된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특히 삼성정밀화학은 지난 2013년 회사가 사상 최초로 적자를 냈을 때, 200여명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 당시 노조 반발 없이 '합의'에 따라 진행, 대표적인 '창조적파트너십'의 사례였다. 이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사가 큰 결단을 내린 것으로, 당시 구조조정은 별탈없이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삼성정밀화학 노조는 동료들을 내보내야하는 뼈아픈 경험을 갖게 됐다.
삼성정밀화학 측은 이번에 빅딜로 직원들이 매우 당혹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되는지를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에 '파업' 대신 '화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정밀화학 관계자는 "착잡한 심정이지만 노사간 공동의 이익을 위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노조철학이다"라며 "이제는 성숙한 노사문화가 정착되어야할 때이며 이를 통해 더욱 발전된 삼성정밀화학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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