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중 파울은 포탄 구덩이 속에서 겨우 숨을 쉴 수 있을 정도만 입을 들어 올린 채 옴짝달싹하지 않는다.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
레마르크는 자전적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고발했다. 후방의 위정자들이 전쟁영웅을 만들며 젊은이들의 참전을 부추기는 사이 최전선에서는 매일 수천, 수만 명의 청춘들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 속 무대인 서부전선에선 '솜' 지역에서만 5개월간 독일군 65만명이 전사했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 측 전사자도 비슷했다. 서부전선은 이상이 있었다. 1929년 나온 이 소설은 선풍적 인기를 끌며 반전소설의 대표작이 됐다. 하지만 나치가 집권을 하면서 독일에서 이 책은 불태워졌다. 전쟁의 참혹함을 잊은 독일은 2차대전을 일으키고 다시 수백만 명의 인명을 잃었다. 소련 등 상대편 국가까지 합치면 수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독일이 전쟁의 폐해를 잊고 히틀러의 광기에 빠져 있는 동안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자들이 전쟁에 미쳐 있었다.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워 중국을 침략하고, 미국을 공격하면서 수백만 명의 희생자를 냈다. 이 전쟁에서 일본의 젊은이들만 희생된 게 아니다. 당시 식민지였던 조선의 젊은이들도 무수히 희생됐다. 일본의 위정자들뿐 아니라 당시 조선의 지도층까지 나서 "천황의 적자가 돼라"며 조선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았다.
그로부터 70년. "천황을 위해 죽어라"고 외치던 이들의 후예들이 다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듯 해 섬뜩해진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