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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고위공직자에 필요한 '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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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의 복잡다단성이나 초고속의 변화를 생각할 때 전문적인 지식의 중요성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우리 사회 '전문'에 대한 숭배와 예찬도 그 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만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 전능주의'의 신화가 특히 강고한 편인 듯하다. '전문가'에 부여되는 절대 권위는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얘기할 때 비전문가들에겐 침묵하도록 명한다.

한국 사회가 특히 전문화를 조장하고 독려하며 찬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의 한 특징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즉 과학적 전문 지식의 결핍이 우리를 세계 경쟁에서 낙오케 했고 식민화를 불렀다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전문 세분화의 과잉을 부른 한 토양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잉은 청소년들을 고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문과와 이과로 나눠 조기에 자기 적성을 발견하도록 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학과별로 세분된 학제에 의해 전문 분야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전문화된 전문가'의 풍요는 자기만의 '울타리'에 갇혀 있는 전문가들을 양산함으로써 큰 폐해를 낳고 있다. 그것은 전(全)이 없는 전(專), '무지한 전문가주의'의 함정이다.

우리의 옛 선비들이 추구한 전인(全人)적 인간형을 우리가 다시금 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조선의 개국 공신이자 대학자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은 '금남야인(錦南野人)'이라는 글에서 '진유(眞儒)', 즉 진짜 선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유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하며, 윤리 도덕의 실천가여야 하며, 역사가여야 하며, 계몽적인 성리철학자여야 하며 교육자 또는 저술가가 돼야 한다."
말하자면 종횡적 지식과 품성과 덕성을 두루 갖춘 종합적 지성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종합적 지식인이 진정한 유학자이며, 사대부이며, 공직을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지식인은 두 개의 '전'을 겸비한 이라 할 수 있다. 즉 전(全)과 전(專), '양 전'이다.

어제 새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사 출신이 내정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보건ㆍ의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했던 듯하다. 그런데 이는 '그렇다면 복지 분야를 잘 모를 텐데 그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총체적인 시야와 종합 역량이다. 그것이 없다면 양쪽의 전문성을 다 갖춘 이라도 반쪽이다. 그 점에서 새 인물의 적격성을 봐야 할 것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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