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특히 전문화를 조장하고 독려하며 찬미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대화의 한 특징에서 상당 부분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즉 과학적 전문 지식의 결핍이 우리를 세계 경쟁에서 낙오케 했고 식민화를 불렀다는 것에 대한 뼈저린 반성이 전문 세분화의 과잉을 부른 한 토양이 됐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잉은 청소년들을 고등학교 때부터 일찌감치 문과와 이과로 나눠 조기에 자기 적성을 발견하도록 하고 대학에 들어와서는 학과별로 세분된 학제에 의해 전문 분야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옛 선비들이 추구한 전인(全人)적 인간형을 우리가 다시금 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조선의 개국 공신이자 대학자인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은 '금남야인(錦南野人)'이라는 글에서 '진유(眞儒)', 즉 진짜 선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진유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가져야 하며, 윤리 도덕의 실천가여야 하며, 역사가여야 하며, 계몽적인 성리철학자여야 하며 교육자 또는 저술가가 돼야 한다."
어제 새 보건복지부 장관에 의사 출신이 내정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보건ㆍ의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했던 듯하다. 그런데 이는 '그렇다면 복지 분야를 잘 모를 텐데 그건 어떻게 할 건가'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특정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총체적인 시야와 종합 역량이다. 그것이 없다면 양쪽의 전문성을 다 갖춘 이라도 반쪽이다. 그 점에서 새 인물의 적격성을 봐야 할 것이다.
이명재 논설위원 prome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