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에서 시작된 불이 불과 몇십 분 만에 10층 아파트 전체로 번지고, 바로 옆 아파트 2개 동에까지 옮겨 붙었다. 한밤중도 아닌 오전 9~10시대의 상황이었음에도 주민들이 미처 피하지 못해 4명의 사망자를 포함해 사상자가 무려 130명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위법이 아니라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불이 난 아파트는 건축법상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2012년에 준공됐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를 고려해 서민용 소규모 평형 주거시설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 도입한 공동주택 유형이다.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시공 자재, 건물 간격, 주차장 설치 등에 관한 기준이 대폭 완화됐다. 원룸형 오피스텔이나 다가구주택과 비슷한 형태이지만 이름에 '아파트'가 많이 사용된다. 일반 아파트와 달리 다닥다닥 붙여 지을 수 있고, 주차공간이 부족해 주민들이 진입로 골목주차를 안 할 수 없다. 규제완화가 불과 몇 년 만에 여러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만든 셈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동안 총 30만가구 이상이 공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 모두에 대한 전수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아울러 경제활성화 등 규제완화의 그 어떤 명분이라도 국민의 안전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원칙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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