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부동자금, 원래자리로 갈 확률 커…증권사들 원금보장상품으로 유치 혈안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제일모직 공모주 '청약 광풍'이 끝났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간택을 받지 못하고 풀려나오게 될 30조원의 향방에 쏠리게 됐다. 시중 부동자금 30조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공모주 시장에 새 역사를 썼지만 납입금 3000억원 가량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시 여기저기 흩어지며 연말 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부동산, 은행, 회사채에 머물던 자금 역시 제일모직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도중협 KDB대우증권 WM클래스압구정 PB팀장은 "평소 공모주 투자에 나서지 않던 사람들도 은행 예금이나 대출로 투자한 경우가 있고 부동산을 팔아 10억~20억원씩 제일모직 청약증거금으로 낸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곽상준 신한 PWM 압구정센터PB팀장도 "은행 쪽에서 거액자산가들의 자금이 들어와 신한금융투자의 청약 경쟁률이 330대 1로 높았다"며 "압구정지점에서만 1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은행에서 들어왔다"고 전했다. 회사채의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매도세와 제일모직 공모주를 받은 기관들의 매수세가 끊기며 가격이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결과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치러진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에 총 30조649억3131만5000원에 달하는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역대 청약 증거금 중 최대 규모다. 기존 증거금 규모 1위였던 삼성생명 의 19조8444억원보다 10조원 이상이나 더 많다.
전문가들은 30조원가량의 자금들이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MMF나 CMA 등 단기금융상품과 은행예금, 주거래 증권사 등이다. 공모주 투자자들의 성향이 보수적이라 쉽게 주식시장 등 새로운 곳에 투자를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부동자금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일모직 상장 주관을 맡으며 11월 신규증권계좌수가 이전 평균 대비 20%나 늘어난 대우증권이 특히 적극적이다. 김경식 대우증권 상품개발팀장은 "제일모직 공모에 역대 최대치의 자금이 몰린 만큼 신규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단기자금을 잡아두기 위해 만기 3개월, 최소 연 3.26% 이자의 원금보장형 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오는 15일부터 판매하고, 3억원 이상 개인이 가입할 수 있는 목표금리 연 2.1~2.2%의 수시형 MMF도 새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15일부터 연평균 9%대의 성과를 20년간 달성한 매니저가 운영하는 사모펀드 상품도 내놓는다.
신한금융투자도 투자자들의 보수적 성향을 고려해 중위험ㆍ중수익 상품인 '80배리어 주가연계증권(ELS)상품'을 특판으로 판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삼성증권의 경우 공모주 투자자 유치를 위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박미주 기자 bey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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