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의 비극’은 일본 추리소설이다. 최근 국내에 출간됐다. 저출산, 고령화, 지방소멸 등의 사회문제를 흥미진진하게 엮어냈다. 한 지인은 책 제목의 ‘I’를 ‘아이’로 착각했다. 저출산 문제를 다뤘다 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다.
사실 제목의 ‘I’는 ‘I턴 현상’을 말한다. ‘J턴’도 있고, ‘U턴’도 있다. 글자 모양에 주목하자.
‘I턴’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도시토박이가 농촌으로 이주하는 현상이다. 조어(造語)에 탁월한 일본 사람들이 쓰기 시작했다. ‘I의 비극’은 도시에서 소멸농촌 미노이시(市)로 이주한(I턴)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미노이시는 아이가 감소하고(저출산), 고령층이 사망하면서(고령화), 폐허가 됐다(지방소멸).
‘U턴’은 도시로 가 취직했던 시골 출신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기업들이 지방에 공장을 세우면서 고용 기회가 넓어지고, 임금 수준이 개선되니 U턴이 꿈틀댔다. 물론 팍팍한 도시생활에 떠밀려 U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J턴’은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다. 시골 출신자가 대도시에 가 취직했다가 농촌으로 돌아가긴 하는데, 자신의 고향까지는 못가고 대도시 인근 중소도시에 취업하는 현상이다. 대개 도시에서의 찌든 삶을 벗어나고 싶지만, 출신지에 고용기회가 적을 경우 ‘J턴 현상’을 보인다.
소설 속 미노이시는 소멸위기에 놓인 한국 지방도시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지난 2021년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국의 인구감소지역을 지정, 고시했다(2026년까지 유효). 지역소멸이 우려되는 시군구다. 연평균 인구증감율, 인구밀도, 주간인구, 청년순이동률, 고령화 비율 등 8가지 인구지표에 근거한 인구감소지수를 기준으로 했다.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89개가 해당됐다. 10개중 4개 꼴이다. 특히 89개 중 85개가 비수도권인 게 눈에 띈다.
이처럼 심각한 지방소멸 대응책으로 최근 주목받는 게 ‘I턴’이다. 대개 젊은이들이 주도하고 있는데다,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서다(*스포일러 있음 : 소설 속 미노이시의 ‘I턴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소수의 이주자들에게 재정을 쏟아붓는 게 경제적으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하에 프로젝트 실패를 주도하는 측이 결국 뜻을 이룬다). 물론 ‘J턴’과 ‘U턴’도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이제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한국의 저출산 대응책으로 일가정 양립과 수도권 집중 분산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 낳아 키우기 좋은 직장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고, 경쟁에 치여 아이 낳기 꺼리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가 현실화하는 과정이 곧 I턴, J턴, U턴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런 저출산 대응책보다 저출산 적응책을 강조하기도 한다. 출산율 제고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여성·고령층 활용, 이민, AI 도입 등을 통해 축소사회 적응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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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구감소 폭과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 대응도 하고, 적응도 하는 게 맞다. ‘I의 비극’의 첫장(章)과 끝장(章)은 마지막 문장이 동일하다. 무미건조해서 더 서늘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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