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초강경 카드는 다소 의외다. 여야는 누리과정 예산 우회 지원에 합의해 2000억~3000억원의 금액 차이만 조정하면 된다. 전면 보이콧까지 이를 사안은 아니다. 법인세 인상과 사자방(4대강ㆍ자원외교ㆍ방위산업 비리) 국정조사를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려는 속셈으로 비친다. 선진화법에 따라 과거처럼 예산안 처리를 무한정 붙잡고 있을 수 없게 되자 누리예산을 빌미로 벼랑 끝 전술을 들고 나온 셈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잘하는 것도 아니다.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을 내세워 야당에 '할 테면 해 보라'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는 것부터 그렇다. 단독 처리는 가능하겠지만 그로 인한 역풍으로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부동산 3법 등 경제 관련 주요 법안들은 물론 공무원연금 개혁 등의 처리에 야당의 협조를 받기 어렵게 된다. 차질이 빚어지면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예산안 자동부의 규정은 예산을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명령이다. 야당은 예산과 정치 현안을 연계하는 전략을, 여당은 규정을 빌미로 밀어붙이려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 야당은 당장 국회로 돌아오고, 여당은 타협의 길을 찾아 함께 밤을 새워서라도 밀도 있는 예산 심의에 나서야 한다. 정 의장 말대로 헌법상 의결 시한을 지켜 '국회 운영의 역사적 이정표'를 남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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