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실망한 표정이지만 주목할 만한 내용이 적지 않다. 투자상품을 다양화하고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강화하며 거래 제도를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즉시적 효과보다 시장 체질을 강화하는 중장기적인 처방이라 할 수 있다. 금융위는 이를 놓고 '보약 효과'로 비유했다. 무리한 부양책의 후유증을 여러 번 경험한 만큼 이 같은 제도적 접근법을 탓할 것은 없겠다. 지금처럼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어려울 때는 더욱 그렇다.
기관투자가의 역할 강화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우정사업본부의 투자 한도를 늘리고 공제회와 복지기금 등 중소 연기금이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연합 연기금 투자풀'을 설치키로 했다. 은행ㆍ보험 등의 투자 한도도 늘린다. 돈 많은 기관의 투자를 유인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자는 교과서적인 처방이다.
이번 조치가 시장의 구조개혁에 역점을 둔 만큼 정체된 주식시장을 당장 일으켜 세우지는 못할 것이다. 기관투자가의 경우만 해도 현재의 한도조차 모두 소진하지 못하는 상태다. 정부는 다양한 파생상품 허용, 주식값 변동폭 확대 등 발전방안에 내재한 리스크 요인을 극소화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고 건전한 투자 관행을 확립하는 보약이 되기 위해서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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