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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제 대답은 '아니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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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지원금 1억원 현금 지급 설문 공방
'합계출산율 그래프 반등' 성과 천착 위험
저출산 요인 얽힌 실타래 하나씩 풀어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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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난데없는 '1억원' 이야기에 초동 편집국이 떠들썩했다. 부영그룹이 2021년 이후 출산한 아이 1명당 1억원을 지급하는 임직원 출산장려금 제도를 시행하면서다. 마침 인구 문제를 다루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연중기획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관련 기사를 한창 쏟아내던 때라 그즈음 만난 이들과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기승전, 1억원'이 됐다.


"넌 1억원 주면 아이 낳을 거야?" 유독 쌀쌀했던 출근길에 만난 한 선배가 물었다. 나라면 어떨까, 생각하니 안 그래도 엄동설한에 절로 한기가 돌았다. 아이 낳을 결심엔 돈보다 앞서는 수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어떤 것부터 먼저 입을 떼야 할지 막막한 마음이 됐기 때문이다.

끝 모르고 떨어지는 합계출산율에 너도나도 저출산 대책을 내놓던 그 무렵,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말문이 막힌 내 갑갑한 마음을 대변할 만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제언'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출산율 하락의 원인 가운데 특히 '한국 고유의 특징'에 주목했다.


그 특징은 첫째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 급증', 둘째 '맞벌이 가구 증가', 셋째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이다. SGI는 특히 1차시장(대기업·정규직)과 2차시장(중소기업 또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중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라고 봤다. 1·2차 시장 간 이동이 단절돼 출산·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후 이전과 유사한 수준의 일자리로 재진입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이제부터가 본론이다. '수도권 집중과 높은 주거비 부담' 역시 한국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문제는 말을 더하면 입이 아픈 수준이다. 교육·의료·여가 등 다양한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데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난달 기준 10억5100만원에 달했다.

피날레는 '자식에 대한 투자와 높은 경쟁'이 장식했다. 부동산에 이어 자녀 교육으로까지 얘기가 뻗어나가면 상황이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사교육을 통해 자녀의 사회적 지위를 높이겠다는 부모의 열망, 높은 교육 수준에 비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서 오는 과열 경쟁까지 저출산의 원인으로 언급되고 나면 이 실타래를 모두 풀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느니 조용히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손을 놔버릴 순 없으니, 다시 묻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1억원을 주면 아이를 낳을 것인지를. 낳겠다는 의견이 많으면 드라마 '더 글로리'의 하도영에 빙의해 저출산 문제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로 만들고 싶어진다.


그래서일까. 다시 '1억원'에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이번엔 기업을 넘어 정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저출산 위기 극복 방안으로 출산지원금 1억원을 현금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권익위는 이번 설문에 대해 정책 제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싸한 마음은 숨길 수가 없다. 개별 기업의 결정이 아니라 정부의 움직임이라면 얘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하강 곡선을 그리는 합계출산율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 해서 당장 성과를 내고자 눈앞의 그래프 반등에만 천착해선 안 된다. 앞서 언급한 저출산의 수많은 요인을 멀찍이 밀어둔 채 지속 가능한 자녀 양육과는 거리가 먼, 단지 '혹할 만한 돈'에 기대는 건 위험하다. 그래프 너머에 사람이, 특히 미래 한국의 주인공이 될 다음 세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 너머로 여전히 얽혀 있는 실타래가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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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리 전략기획팀 차장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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