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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세금과 마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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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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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부익부 빈익빈'이란 표현으로 일컫는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요인으로 이른바 '마태(Matthew Effect)효과'가 거론된다. 이는 신약성경 마태복음 제13장12절의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구절에 터 잡은 것이다. 세상 돌아가는 현상을 종교적 잣대로 재단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논란이 있지만 일부 이해되는 점도 있다. 이미 가진 자가 더 많이 갖게 될 기회도 많다는 점에서 그렇다.

종교마저 없는 자를 업신여기느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사실 이 성경 구절은 예수가 제자들에게 천국에 이르는 비밀을 비유적으로 설명한 표현이다. 즉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지 않는 자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그들이 지닌 보편적 축복조차 회수하여 천국에 가는 자들에게 나눠준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제자들이 신앙생활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준엄한 채찍과 같은 말이라고 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식들이 대학 졸업 후 그렇지 못한 자녀들보다 환경이 훨씬 좋은 곳으로 진출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그 구체적 원인이 무엇인지는 보다 면밀한 연구가 필요하지만 미국 사회학자 멜튼(Robert K Merton)은 "권력이나 경제력 또는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은 사회로부터 얻는 혜택이 누적되고 있다"라고 하면서 이를 마태효과라 불렀다.

100m 달리기를 하는 데 대다수는 출발선에서 뛰기 시작하는 반면 선택된 소수가 90m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이야기다. 이런 마태효과는 세습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 공동체가 주의를 기울여 살피며 해결해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헌법 제11조를 보면 평등사회를 지향하며 특수계급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마태효과가 지금처럼 계속 심화되면 이른바 '부자'라는 특수계층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갈등과 남북분단에 이어 새로운 숙제가 주어지는 것이다.
마태효과가 심화되는 것을 차단하고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소득재분배 정책이다. 소득세나 상속세, 증여세를 누진과세하여 소득이 많은 자에게 소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고 이를 소득이 적은 자와 함께 사용하자는 것이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이 스스로 증식해 얻는 소득(이자, 배당 등)이 노동으로 벌어들이는 근로소득을 웃돌기 때문에 소득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므로 자본소득에 대한 누진과세를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이른바 '부자증세론'이다. 마태효과를 차단 내지 완화하는 방법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박근혜정부는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부자증세로 세입을 확충하는 대신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는 적자예산을 선택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했고, 2013년 집권 이후에는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결과는 집권 첫해부터 매년 10조원 안팎의 세입 적자를 내고 있다. 현 정부야 급한 대로 미래세대의 소득을 앞당겨 쓴다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정적자를 떠안게 되는 다음 정부는 어떡하란 말인가.

어찌 되었든 적자예산이라도 이는 전 국민이 모두 누릴 수 있는 사회적 임금(social wage)이 증대될 수 있는 곳에 쓰여야 마땅하다. 사회적 임금이란 기업이 근로자에게 일한 대가로 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공적으로 부조해주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지출하는 4대 보험이나 사회복지 서비스의 일부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주는 것을 일컫는다. 저소득자로선 국가로부터 임금을 받는 것과 유사해 소득이 실질적으로 상승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자본주의가 고도화할수록 국가는 마태효과를 차단 내지 완화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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