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인 송씨는 "깊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나름 불만도 있을 것이다. 세무조사 결과 과세대상 소득이 125억원(수입금액 137억원―경비 67억원+여비교통비 세무조사 부인액 55억원)에 이르러 장부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 인정되는 추계 과세소득 102억원(수입금액의 75%)보다 오히려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얼핏 흔한 세무조사의 한 형태로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볼수록 과세관청이 정신차려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금이 된다면 끝까지 쫓아가는 것이 세무공무원의 본분이다. 그런데 세무조사를 최소한으로 축소한 인상이 짙다. 왜 그랬을까. 과세관청의 고위직이 장부 건너편에 있는 정치권 인사의 눈치를 보았는가? 아니면 과세관청 고위직의 사사로운 욕심이 작용한 것인가? 어느 경우든 과세권을 남용한 것이다. 보다 확실한 규정 마련이 필요하다.
결국 이 일로 과세관청은 감사원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세무조사를 잘못했다는 것이 아닌 세무조사 대상 연도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지극히 당연한 사항을 어긴 것으로 과세관청의 존재 의미를 의심하게 만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조사 면제를 노린 불순한 납세자가 모범 납세자로 선정되기 위해 과세관청 고위층에게 접근할 수도 있다. 로비 비용이 추징 세금보다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은 법령에서 정한 소규모 성실 사업자에게만 세무조사 면제를 규정하고 있다. 송씨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세법에 없는 모범 납세자에 대한 세무조사 면제권은 폐지되어야 한다. 과세관청의 부정과 부패방지를 위해서도 그렇다. 모범 납세자란 말 그대로 규정에 따라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사람으로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나와도 걸릴 게 없는 자라야 한다. 그리고 이런 모범 납세자에게 세무조사 유예를 당근으로 제시하는 것은 명예가 아닌 모욕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 사회에는 모범 납세자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유리알 지갑'으로 불리는 봉급생활자들이다. 세금은 돈이라서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조심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송씨는 수입금액과 경비를 '사실대로' 신고하고 세금을 냈어야 했다. 그가 수많은 국내외 팬들이 성원하는 한류스타라서 더욱 그렇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