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의 '경영지배인' 모시기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 경영지배인은 실적 악화, 경영권 분쟁 등으로 생채기를 입은 기업들이 경영정상화를 모색하기 위해 대표이사 권한을 쥐어주는 자리로 실상 법적인 근거가 없다. 금융감독당국과 법률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기업 부실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는 경영지배인 카드를 남발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오는 10월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앞둔 디지텍시스템스은 올해 초 전 경영진이 횡령ㆍ배임죄로 재판에 넘겨진 뒤 경영정상화 및 구조조정 시행 명목으로 지난 3월 경영지배인을 선임했다.
최대주주 지분 증발로 구설에 오른 코스닥기업 엠제이비는 올해 4월에, 내년 2월까지 경영개선기간을 부여받은 태창파로스는 지난달 경영지배인을 각각 선임했다.
대표이사의 권한을 위임받는 등 일견 막강한 권한을 쥐게 되지만 등기만으로 성립하는 지위인 만큼 불리한 상황에 맞닥뜨리면 권한없이 이뤄진 일이라고 발뺌하거나 한계기업의 부실경영 책임을 뒤집어 쓰게 하는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독당국도 경영지배인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 경영에 관련된 사항으로 직접 제재할 구실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이 과거 경영지배인을 선임한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상 업체 가운데 70.6%가 1년 이내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대상에 올라 그 중 절반이 증시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주총회 결의없이 이사회에서 선임되는 등 법적 근거 및 책임범위가 불분명해 권한남용 또는 불법행위 등으로 상장기업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경영ㆍ재무상태, 공시사항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한 투자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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