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사이에
사이가 있었다 그
사이에 있고 싶었다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1984년에 나온 시집에 실린 시이니, 격동의 날들 속에서 피어난 언어였을 것이다. 지켜야할 가치를 놓고, 정권과 민심이 정면 충돌하던 날들. 정의는 자명해보였다. 불의한 정권을 단죄하려는 의기는, 그 문제에 있어서 타협하거나 방관하거나 무심한 자를 공격하기도 했다. 그럴 무렵에 박덕규는 '사이'를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시위대와 권력 사이서 중도의 가치를 말하거나 타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일은, 시인의 고발처럼 양편에서 날아오는 짱돌을 맞는 일이었다. 흑백의 시대, 전쟁의 시대, 일망타진 초전박살의 시대, 그리고 멸공의 시대에 시인이 그 '사이'를 노래하는 일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무모함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그 엄혹의 유산이 남아 '사이인간'은 기소와 경멸의 대상이 되기 쉽다. 옳다 그르다의 사이, 네 편이다 내 편이다의 사이, 여당과 야당의 사이, 진보와 보수의 사이에 서는 일의 위험은 박덕규의 시절에서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물론 가치들의 대치 상황이 복잡해진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인간 내부에 존재하는 통합적이고 전체적인 판단의 기틀, 혹은 가치중립의 꿈은 저 시인의 꿈처럼 여전히 꿈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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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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