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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金사과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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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도매가격 부추긴 이상기후
유통구조 개선·기후변화 대책 동반

[시시비비]金사과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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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기온과 작황 부진.


지난해부터 고공행진 중인 사과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다. 사과꽃이 피는 봄철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핀 뒤 한파가 몰아치는 바람에 꽃이 죽어버려 열매를 맺지 못한 데다 여름철 집중 호우와 병충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사과 생산량이 30%나 줄었다고 한다.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달 들어 평균 사과 소매가격(일반소비용(중품)·10개)은 2만3208원이다. 전달보다 11.58% 오른 수준이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진 지난달 고물가에 따른 민심 이반을 달래기 위해 1500억원가량의 정부지원금을 물가 안정을 위해 쏟아부으면서 일시적으로 하락한 사과 가격은 이달 들어 다시 뜀박질하고 있다.

사과 가격은 올해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은 아니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은 이상기온이 발생할 때마다 가격이 널뛰기를 했다. 2021년의 경우 5월 평균 사과 소매가격은 2만5502원으로 올해보다 높았다. 이상저온으로 3년 연속 냉해피해가 발생한 2020년 사과 생산량이 전년대비 22% 감소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주목할 점은 사과 중도매인 판매가격이다. 사과는 농가에서 청과회사(도매시장법인)에 넘기면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이 사들여 소상공인이나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올해 사과 중도매인 판매가격(10㎏)은 8만3634만원으로 2021년(5만7774원)보다 44.76% 높다. 사과의 소매가격은 2021년이 더 비쌌지만, 중도매인 가격은 올해 훨씬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이 때문에 사과값 급등의 주범으로 복잡한 유통구조가 지목됐다. 정부도 지난달 ‘범부처 농수산물 유통구조개선 협의체(TF)’를 구성하고 이달초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독과점 성격을 띠는 도매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온라인 도매시장을 육성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농수산물 중심의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유통 구조 개선으로 유통 비용의 10% 이상을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복잡한 유통구조가 바뀌면 사과값이 잡힐까? 정부는 지난해에도 도매법인의 공공성 강화와 시장도매인제 평가·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간 사과를 필두로 농수산물 물가는 더 치솟았고, 비슷한 대책이 쏟아지면서 이번에도 '재탕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사과 중도매인 판매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기후위기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이상 기온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사과는 올가을 수확 때까지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올해도 궂은 날씨로 인해 작황이 부진하면 사과 가격은 더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 있다. 연초부터 이상고온이 발생했고, 역대급 무더위와 폭우 등 심상치않은 날씨 예보까지 나왔다. 유통단계에서 저장된 사과를 풀지않은 이유일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물가 상승을 일컫는 '기후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지난해 영국 BBC가 먹거리 가격 폭등을 다루면서 소개한 기후(climate)와 고물가(inflation)의 합성어(climateflation)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인플레이션은 우리나라 사과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서 목격된다. 카카오 생산지인 서아프리카에서 폭우와 폭염이 이어지면서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선물가격도 1년 만에 3배 이상으로 뛰었다. 커피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줄면서 커피 원두 가격도 오름세다.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선 유통구조 개선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품종 개발 등 기후 대책이 동반돼야 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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