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외조부, 막걸리 여러 잔 걸치시면 하시는 말씀이 "지는 게 이기는 기라"였다. 이기면 사실은 지는 기라. 다 이겨놓고 지는 척 하는 것이 지혜로운 기라. 이기버리면 기분 좋은 사람 없으니 이겨도 이긴 티 내지 말고 이길 수 있어도 그쯤에서 지는 것이 센 사람인 기라"였다. 어린 나이로선 도저히 이해못할 이 승부론이 가슴에 남았다. 내가 어머니에게 이 얘길 했더니, 우리 어머니 말씀이, "아이고, 버전이 바뀌셨네. 예전에 내겐, 손해보는 게 이익보는 기라,고 말씀하시더니" 하신다.
내가 손해 보고 저쪽이 이익보면 싫어하는 사람이 없다. 내가 바보 되고 저쪽이 멋있어지면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다. 손해 보겠다고 작심하면 손해가 손해 아닌기라. 아무리 내던져도 결국은 은근히 덕보고 득보는 기 인생인기라. 돈도 손해 보고 인격도 손해 보고 기분도 손해 보고 그냥 손해보노라면 마음도 평안해지고 기대할 바도 없어지는 기라. 넘 탓 하지도 않아지고 가만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기라. 돌아가신 할배 '하회탈 웃음'이 떠오르는 날이다. 마음집 하나 참 널찍하고 시원하게 지으신 양반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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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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