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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장외발매소, 일관성없는 행정이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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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용산 장외발매소의 신축·이전을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는 가운데 용산구청의 일관성 없는 행정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용산구청은 신용산 장외발매소를 서울시 외곽지역으로 옮길 것을 요구하는 주민 서명운동을 주도하면서 신용산 장외발매소의 영업중단과 외곽이전을 촉구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문제는 용산구청이 신용산 장외발매소 건물의 건축허가를 내준 장본인이라는 점이다.
2010년 3월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장외발매소 이전 승인을 받은 한국마사회는 그해 6월 용산구로부터 도시계획위원회 및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용산구 한강로 3가 장외발매소 건물의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건축허가 후 마사회는 12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새 건물을 짓기 시작했고, 지난해 9월 건물이 준공되기까지 3여년 동안 용산구와 마사회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양 기관은 주민 전용 문화공간으로 마련된 장외발매소 2개층을 어떻게 활용할지 함께 고민했다. 지난해 2월엔 용산구는 구청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이 공간을 아동을 위한 복합문화공간이나 장애인직업재활시설, 지역주민을 위한 소공연장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사회에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장외발매소 공간 활용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양 기관의 관계는 지난해 7월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완전히 틀어졌다. 주민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용산구는 농림수산식품부에는 장외발매소의 이전 승인 취소를, 마사회에는 이전 자진 철회를 요구하는 등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꿨다.
용산구의 입장 변화에 마사회 측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장외발매소 '혁신모델'을 보여주겠다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해 완공한 건물이 문도 제대로 열어보지 못하고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마사회 관계자는 "공공 갈등을 빚었던 원전, 송전탑 등 여타 국책사업과 달리 장외발매소는 신설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동일 지역 내에서 옮기는 것이고, 이미 건축은 완료된 상태"라면서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행정청의 약속이 여론의 압력에 따라 이렇게 쉽게 번복된다면 어느 기업이 지역 경제를 위해 투자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용산구가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는 '허가철회' 대신 '유감표시' '이전촉구' 등의 방식으로 이전 자진 철회를 종용하면서 모든 책임을 마사회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건축허가의 주체인 용산구가 공동의 책임을 지고 갈등 관리와 대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황창주 한서대 교수는 "여론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근시안적 행정은 단기적인 인기를 얻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행정 행위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시장을 왜곡시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행정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행위"라면서 "책임 있는 행정기관으로서 용산구의 역할은 공론의 장을 만들어 이해관계자들을 모아 중재하고, 지역사회와 장외발매소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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