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80만드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리히터 6.5 강진·쓰나미에도 견뎌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태풍 너구리가 물러가고 뙤약볕이 내려쬐는 금요일 오후. 자동차를 타고 검은 굴 내부로 들어갔다. 1950m 내리막길을 5분여 남짓 달렸을까. 차는 어느새 지상으로부터 130m 아래에 도착했다.
수중릉인 신라의 문무대왕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양북면 봉길리에 위치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최근 1단계 공사를 끝마쳤다. 1994년 핵폐기장 후보지로 인천 굴업도를 선정, 백지화한 이후 19년 동안 온갖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야기했던 방폐장을 지난 11일 찾았다.
경주 방폐장은 월성 원전이 이웃한 214만㎡ 부지에 동굴시설과 인수저장건물, 지원건물 등으로 이뤄졌다.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전국 원전에서 바다를 통해 폐기물을 운반할 전용선 청정누리호와 접안시설도 갖추고 있다.
방사능폐기물의 이동은 이렇다. 원전이나 병원에서 폐기물을 철 드럼통에 압축 저장하면, 이를 두께 1.2cm의 탄소강 컨테이너에 8개씩 담아 배를 통해 옮긴다. 방폐장에 도착하면 드럼을 인수저장건물로 옮겨 인수검사를 실시한다. 육안검사 - 중량측정 - 표면오염 전수검사 - 선량측정 - X-Ray 검사 - 핵종분석 - 압축강도 측정 등 전자동으로 모든 드럼을 검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처분시설에 분류 저장한다.
검사실 내부 방사선량은 시간당 1.42마이크로시버트(mSv)로 병원에서 CT촬영시 발생하는 방사선량이 100mSv인 점을 감안하면 약 100분의 1 수준이다. 기자가 방문한 검사실 외부는 두께 83cm 콘크리트에 막혀 방사선량은 시간당 0.11mSv로 떨어졌다. 김용식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홍보실장은 "폐쇄후 방폐장 주변 방사선량은 연간 0.01mSv 미만으로 관리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에는 월성과 울진 원전에서 반입된 폐기물 3536드럼과 노원구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 아스팔트 707드럼이 임시 저장돼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를 남겨두고 있어 본격적인 저장 작업은 시작되지 않았다.
허가를 받으면 곧바로 인수저장시설에서 폐기물을 지하처분시설로 옮길 예정이다. 지름 30m, 높이 50m에 이르는 지하 6개 사일로에 중·저준위 방폐물 약 1만6700드럼씩 모두 10만 드럼을 처분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내진 1등급으로 건설돼 리히터 규모 6.5 강진을 견딜 수 있다"며 "출입구가 해수면으로 부터 30m 높이의 산중턱에 위치해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10m)와 같은 지진해일이 발생하더라도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공단측은 1단계 지하처분시설에 이어 2단계 12만5000드럼 규모의 천층처분장을 건설하기 위해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이종인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원자력과 의료·산업에 유용하게 쓰이는 방사선은 생활에 유익하지만 폐기물은 여기저기 놔둘 수는 없다"며 "미래 후손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처분장은 꼭 필요하며 위해 시설이 아닌 가치를 창출하는 시설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주 방폐장 인수저장시설에 보관중인 폐기물. 현재 월성과 울진 원전에서 반입된 폐기물 3536드럼과 노원구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 아스팔트 707드럼이 임시 저장됐다.
원본보기 아이콘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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