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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유한준, 과감하게 배트를 끝까지 돌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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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준[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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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넥센은 14승 8패로 선두다. 승률은 무려 63.6%. 상승요인은 다양하다. 비니 로티노는 0.379로 타율 1위다. 김민성은 0.341로 7위, 강정호는 0.329로 12위다. 홈런에서는 박병호와 이택근이 각각 공동 2위(6개)와 공동 6위(5개)다. 빼놓을 수 없는 주역이 있다. 넥센의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유한준이다. 타율이 0.250으로 떨어졌지만 타점 공동 7위(17점), 2루타 공동 4위(7개)다.

유한준은 2004년 현대 유니콘스를 통해 프로에 입문했다. 꾸준한 성장세에도 주전을 꿰차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팀에 정성훈, 송지만, 전준호, 이택근 등 수준급 외야수와 3루수가 많았다.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건 2010년이다. 풀타임 시즌을 보내면서 팀 내 가장 많은 79타점을 올렸다. 그러나 2011년 다소 부진했고, 이후 트레이드로 넘어온 외야수들과 급성장한 신인 선수들에 밀려 다시 백업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타자 로티노까지 가세해 올 시즌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글쓴이가 지켜본 유한준은 꽤 매력적인 타자다. 186cm, 85kg의 건장한 체격에 빠른 발, 정확한 타구 판단, 강한 어깨, 빠른 스윙 등을 두루 갖췄다. 5툴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입지는 불안하다. 그동안 타석에서 과감하지 못했다. 선수들은 자신의 기량을 다소 높게 인지하거나 다소 낮게 평가한다. 유한준은 전형적인 후자에 속한다. 그는 2010년 79타점을 기록하면서도 홈런을 9개밖에 때리지 못했다. 올 시즌은 22경기를 하면서 3개를 쳤다. 야구에서 타구는 빗맞아도 운이 좋으면 안타가 된다. 홈런은 다르다. 운 좋게 담장을 넘길 수는 없다.
유한준[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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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구의 비거리는 허리의 정상적인 회전에 의한 스윙이 동반돼야 나온다. 과학적 이론으로는 배트 스피드가 빨라야 비거리도 길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피드보다는 타이밍이 최우선이다. 배트와 공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야 비거리도 늘어난다. 허리의 턴은 그 다음이다.

글쓴이는 과거 삼성이 다저스와 자매구단 결연을 맺어 베로비치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를 한 적이 있다. 삼성은 엄청난 점수 차로 대패했다. 경기 뒤 선수들은 “역시 메이저리거들은 파워가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어떤 선수는 “우리가 하기 힘든 야구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다. 그들의 좋은 타격은 체격이나 파워가 아닌 정상적인 스윙에서 나온 것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많은 선수, 지도자들이 빅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따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중계방송을 보면서 말이다.

다시 유한준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 보자. 올 시즌 스윙이나 타격 자세는 바뀌지 않았다. 다만 스스로 위기를 느낀 것 같다. 여느 때보다 몸을 탄탄하게 만들었다. 최근 5경기 12타석에서 그는 안타를 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버릇이 또 나왔다.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배트를 무리하게 돌려 맞히려 했다. 이전까지는 안정된 자세에서 자기 스윙을 했다. 특히 배트를 끝까지 돌렸다. 움직임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타이밍이 늦거나 맞히는 타격을 해서는 절대로 스윙을 끝까지 할 수 없다. 유한준에게는 특히 중요한 요소다. 그는 지난 12일 목동 한화전에서 상대 선발투수 이태양의 바깥쪽 높은 시속 144km 직구를 공략해 홈런으로 연결했다. 밀어 쳐서 대형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타자는 그리 많지 않다.
유한준[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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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가 바라본 유한준은 타석에서 한 박자 빠른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 첫 타석에서 공을 기다릴 때 몸의 중심을 뒤가 아닌 앞 발꿈치에 둬야 한다. 인 아웃 스윙의 마무리가 된 자세에서는 머리를 앞으로 나가게 해선 안 된다. 많은 선수들이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전에서 응용하는 타자는 드물다. 투수가 치기 좋은 볼을 던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타격 자세는 흔들리고 안타를 칠 가능성은 줄어든다. 온갖 방해에도 이 점을 유념하고 부상 없이 경기를 한다면 유한준은 커리어하이 시즌을 맞을 것이다. 반대로 지난 시즌처럼 출루를 위해 맞히는 데만 연연한다면 내년 시즌 설 자리는 없어질 수 있다. 온갖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를 잡은 그가 대성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마해영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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