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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이주열 총재의 '값없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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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값없다'처럼 재미난 말도 드물다. '너무 흔해 가치가 별로 없다'는 의미로도 쓰지만, '값을 칠 수 없을 만큼 귀하고 가치가 높다'는 정반대의 뜻도 담고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다.

10일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데뷔 무대는 이 '값없는 말'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이 총재의 말은 짧고 쉽고 무거웠다. 또 다른 의미의 '값없는 말'을 쏟아내던 김중수 전 총재의 기자회견이 오버랩됐다.
어제 외환·채권 시장의 승리자는 이 총재였다. 이 총재는 몇 마디 말로 원·달러 환율 폭락세를 멈췄고, 채권딜러들의 군기도 잡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 개장가는 6.4원 급락한 1035원이었다. 오전 한 때 환율은 1030원선마저 뚫을 기세로 내달렸다. 이 총재가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갓 시작한 시각이었다. 9시 20분 무렵 결국 기획재정부 최희남 국제정책금융국장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브레이크를 잡지 못했다.

상황을 바꾼 건 이 총재였다. 그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환율 변동성이 너무 커져 쏠림현상 생기면 시장 기능이 작동 하지 못할 수 있어 안정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단호한 구두개입은 시장을 움직였다. 오후 장 들어선 수입 업체의 결제수요와 외환당국의 실탄 개입까지 맞물려 1040.2원에 장이 마감됐다.
달라진 건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한은과 시장의 건강한 긴장감이 회복됐다. 김 전 총재를 조소하던 채권 딜러들이 점심 시간을 반납하고 이 총재 말에 귀를 기울였다. "수요 부문에서 물가상승 압력이 생기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문제는 논의하겠다"는 이 총재의 말이 나오자 하락하던 국고채 금리가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날 국채 3년물 지표금리는 0.4bp 올랐고, 5년물도 0.6bp 상승했다.

이 총재의 데뷔전은 기대 이상이었다. 전날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약발없던 구두개입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부총리보다 이 총재의 말값이 더 비싸다"는 관전평도 내놓았다. 정부와 한은의 정책 공조 작업에서 한은의 목소리가 제법 커질 것 같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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