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5개 공공기관의 올 고졸 채용 예정 인원은 1933명이다. 2012년 2508명, 2013년 2073명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등 대기업들도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권도 예외가 아니다. 8개 시중은행의 2012년 고졸 채용 규모는 714명이었지만 지난해에는 480명으로 32.7%나 급감했다. 올해는 400명이 채 안 된다. 아예 뽑을 계획이 없는 곳도 적지 않다.
고졸 채용은 학력중심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를 지향하는 열린 채용문화로 칭송 받았다. 과도한 교육비 지출, 고학력 실업자 양산 등 고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국가적 낭비를 줄이는 기능이 크다. 한때 80%를 넘던 대학 진학률이 지난해 70.7%로 뚝 떨어진 것은 인구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고졸 출신도 기술과 능력을 키우면 대우받을 수 있다는 믿음과도 무관치 않다.
고졸 채용 축소는 이런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이라고 홀대하는 것은 문제다. 좋은 정책이라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어가는 게 옳다. 기업도 고졸 채용의 사회적 파급 효과를 생각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금융 이순우 회장의 고졸 채용론은 새겨들을 만하다. "능력에 따른 차등은 있을 수 있어도 학력에 따른 차별은 없어야 한다. 고졸채용은 저출산, 빈곤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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