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굉장히 실험적이다. 남들이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길을 걸으려는 연출가들에게 과연 어디서 이런 기회를 줄 수 있을까? 나로서는 가슴이 뛴다."
이번 시즌 프로그램을 살펴 본 이 작가는 "'나는 왜 낡은 수법으로만 흐르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과거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되는 공연은 배제시켰던 분위기가 컸는데 이런 시도와 가치를 격려하고 기회를 주는 데 깊은 감동을 받는다"라며 밝은 얼굴로 젊은 연극인들을 응원했다.
그의 말처럼 남산 아래 자리한 창작극 중심의 이 공공극장에 일 년 동안 펼쳐질 공연들은 내용과 형식면에서 모두 톡톡 튄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알차게 담아내고 있다.
4월부터는 '바후차라마타'(배요섭 연출)에 이어 '푸르른 날에'(고선웅 연출)가 올려진다. 전자는 동성애자, 양성애자, 무성애자 등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과 인도 예술가들이 공동 작업으로 펼치는 공연이다. 배 연출가는 "인도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히즈라'라는 사람들이 있다. 인도사람들은 이들에게 '신께 축복을 빌어달라'고 부탁한다"며 "이들이 믿는 신이 바로 '바후차라마타'다"고 소개했다. '푸르른 날에'는 센터에서 4년째 재공연하는 작품이다. '5.18광주민주화항쟁'을 바라보는 묵직한 시선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명작으로, 이 공연은 오는 6월 광주에서도 펼쳐진다.
하반기인 8월에 들어서면 '즐거운 복희'가 개막된다. 한적한 호숫가 펜션마을을 배경으로 한 평범한 인간들의 욕망과 이기심이 빚어낸 비극을 통해 선과 악, 허구와 진실의 모호한 경계 그리고 그 경계 속에 살아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강백 작가는 "한국 희곡에서는 없었던 형식을 한번 선보이고 싶었다"며 "총 5막의 사이사이에 막간극 4개가 들어가는데 주인공 복희의 모노드라마가 펼쳐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9월엔 한 가족의 장난기어린 놀이를 통해 현대인의 소외와 고독을 담은 작품 '투명인간'(강량원 연출)이, 10월엔 김수영 시인의 생애와 시를 모티브로 해 문학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 공연인 '왜 나는 조그만한 일에만 분개하는가'(김재엽 연출)가 막을 올린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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