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reader)'는 곧 '리더(leader)'다. 틀릴 것도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이가 진짜 리더가 되긴 어려울 테니 말이다(이 점에서 매우 예외적인 사회도 간혹 있긴 하다). 그러므로 책 읽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리더를 키우는 일이며, 한 사회의 장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선 책을 가까이하면 불순분자로 몰릴 각오를 해야 한다. 바로 '종북주의자'라는 딱지이니, '책(book)을 따르는(從)' 이라는 낙인만 찍히면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검찰총장조차 책을 사랑한 이유로 밀려나야 했으니 참으로 무서운 저주요 굴레다.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재미를 알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어린이들이 책을 꺼리도록 하는 건 없는가 하는 것도 살펴볼 일이다. 언젠가 초등 1학년 교과서를 보고 경악한 적이 있는데, 거기엔 책 읽기에 좋은 자세와 나쁜 자세가 나란히 그려져 있었다. 저자들의 노고는 고마운 일이지만 책 읽기에 좋은 '검인정 자세'라야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인가. 몸에 큰 무리가 따르는 자세라면 모르겠지만 책 읽기엔 저마다의 수백, 수천가지의 자세가 있을 텐데, 책 읽기에서부터 아이들을 '모범'과 '불량'으로 나누려는 그 발상에 그야말로 아연할 따름이다. 독서하는 사회를 만들려거든, 그러니 '종북'을 허용하라. '삐딱한' 책 읽기를 허용하라.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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