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온종일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면밀히 살피며 때 되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앞뒤를 닦아준 이가 한 분 계셨는데 그 곁에는 늘 어린 아이 하나가 달라붙어 있었다. 몇 해 앞서 태어났지만 그 역시 아직은 자존이 불가능해 보였고, 그 때문인지 나에게 맞춰진 어머니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일쑤였다. 그는 지독한 욕심쟁이인 데다 매사에 훼방꾼이었다. 어머니는 물론 집안의 모든 걸 공유했는데, 수시로 내 것을 탐했다. 때론 폭력을 동원해 빼앗아 가기까지 했다.
며칠 전 형제들이 모여 함께 식사를 했다. 이제는 모두 짝을 만나 자식 낳고 제 가족끼리 모여 산다(더 이상 한 집에서 살지 않는다). 단골 대화 가운데 하나가 자식 놈들 옥신각신 다투는 얘기인데, 우리의 그 치열했던 전투에 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다 잊어버린 것일까).
누군가 '가장 원초적 콤플렉스 대상은 바로 형제'라고 했다는데, 그럼 요즘 흔해진 외동아들, 외동딸의 콤플렉스는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치우(恥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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