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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 변호사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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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주식을 양수하면?

나와 내 친구 그(편의상 이하 ‘그’라 한다)는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때 처음 만났다. 그날 나는 먹지도 못하는 막걸리를 어울리지도 않는 부대찌게를 안주삼아 나누어 마신 기억이 난다. 나는 이십 년 뒤에는 특파원이 되어 아프리카, 유럽 곳곳을 다니면서 허름한 카페에 앉아 특종기사를 쓰고 있을 것이라고 했었고, 그는 외국에서도 알아주는 큰 회사를 세워 돈을 많이 벌어보겠다고 했었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때까지는 둘이 단짝으로 붙어다녔었는데 그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갔고 나는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바람에 서로 연락이 뜸해지더니 급기야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그러다 작년 여름이던가 비가 꽤 내리던 날에 광화문에 있는 허름한 정종집에서 참새구이 안주에 히레사케를 한잔 마시다가 옆 테이블에 앉은 그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그 날은 원래는 광화문에 있는 내 친구 박변호사를 만나러 간 날이었는데 갑자기 의뢰인이 찾아왔다면서 혼자 먼저 마시고 있으라 해서 혼자 앉아 사케를 홀짝이던 중이었다.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친구란 그래서 좋은 건가 보다. 이십 년 만에 만나도 서로 반가우니 원…..
그는 제법 탄탄한 중견기업의 대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지내고 있었다. 대학 때 꿈을 이룬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음…기자는 아니지만 글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다. 대충은 내 꿈도 이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프리카는 가보지 못했다.

여하튼 그날 그 비오는 날 박변호사는 끝내 오지 못했고 나도 부르지 않았다. 그와 나는 밤늦게까지 정종을 마셨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나에게 제안을 하였다. 그는 나와 함께 회사에서 일을 하였으면 했다. 나는 일정한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생활이 맞지 않는다며 한사코 고사를 하였지만 그는 나에게 회사지분도 일부 주고 싶어했고 나에게 임원자리도 하나 맡게 하고 싶어했다. 대학교 때는 무지 친했더라도 오랜만에 본 사이인데 하필 왜 나에게 손을 내밀었을까 지금도 궁금하다. 아마 내가 믿을 만 했나 보다. 하긴 변함없는 게 나의 장점이니까. 그 장점을 그는 높이 평가했나보다.


작년 9. 1. 결국 나는 내 친구로부터 주식 20,000주를 20,000,000원(1주당 1,000원)에 양수하였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인 9. 2. 위 주식에 관하여 명의개서를 마쳤다. 그리고 한달 뒤인 10. 1. 나는 그의 회사의 이사로 취임하였다.

그런데 올해 나는 뜬금없이 세무서로부터 증여세를 부과 받고 말았다. 국세청은 작년 9. 1. 내가 그로부터 주식을 양수한 것은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주식을 양수한 것에 해당하므로 상속세및증여세법에 제 35조 제1항에 의하여 증여세를 부과한 것이다. 국세청의 판단에 의하면 나는 그의 회사 이사이므로 나와 그는 특수관계에 있는 것이고, 내가 양수한 주식은 1주당 15,000원인데 나는 불과 1주당 1,000원만 지급하였으므로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주식을 양수한 것이어서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머리가 복잡해졌고 그도 미안해했다. 자신의 호의가 이렇게 나에게 손해를 끼칠 줄은 진정 몰랐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황망한 나머지 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 있는 내 친구 박변호사를 찾아갔다.
박변호사 말에 의하면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주식을 양수한 것에 대하여는 특별히 잘못된 점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그 회사가 나름 잘나가는 회사인데 1주당 1,000원은 거저 산 거나 마찬가지라고도 하였다. 다만 내가 그 회사의 이사가 된 것은 주식을 양수(작년 9. 1.)하고나서 1달이나 지난 뒤(작년 10. 1.)였기 때문에 주식양수 당시에는 나는 그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었으므로 특수관계에 있는 자로부터 주식을 양수한 것으로는 단정하는 것은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하였다. 특히 나는 작년 9. 1. 주식양수계약을 체결하고 그 다음날인 9. 2. 명의개서까지 마쳤기 때문에 주식양수 당시에는 전혀 특수관계라고 볼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2010누40030 증여세부과처분취소).

다만 박변호사는, 나의 경우와 유사한 사안에 관한 소송이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고 자신도 그 사건을 주시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가 나오면 알려주겠다고 하였다. 대법원 결과가 좋게 나오면 나도 박변호사를 통하여 소송을 제기해봐야겠다.

그의 순수한 호의에 대하여 내가 무작정 세금을 내기는 조금 억울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박흥수 변호사(gmdt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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