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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수의 조세이야기]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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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수탁자가 부동산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양도소득세를 부담하나

아이들은 다행히 잘 자라주고 있다. 아버지가 보고 싶을 만도 한데 내색을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잊어버린 것인지 엄마로서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항상 자신감에 넘쳐 있었고 무엇이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서 성공하겠다는 야망이 넘치던 남편이었다.
그러나 야망이 넘치는 만큼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보다는 친구나 사업파트너와의 약속을 더 중시하던 남편이었다. 이혼하기 삼사년 전이던가. 갑자기 내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하자 하여 이 사람이 갑자기 왠 일인가 싶어 반신반의하며 부동산 사무실에 따라 간 적이 있다.

역시나 알고 보니 무슨 꿍꿍이 속인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한 채 사겠다고 하면서 명의만 내 명의로 하자는 것이었다. 남편은 자신이 신용불량자 수준이라 자기 앞으로는 부동산을 살 수 없다는 핑계를 댔다.

어찌되었던 내 명의로 집이 한 채 생긴 것이었고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달 후 전 남편은 갑자기 연락을 끊고 집을 나가버렸으며 집으로는 협의이혼서류가 날라왔다. 남편은 자신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부인이나 자식들에게 더 이상 피해를 끼치고 싶지 않으니 이혼을 해 달라는 입장이었고 당시 나 역시도 순순히 아무 거리낌없이 이혼을 받아들였던 것 같다. 어차피 몇날 몇일을 아무 연락 없이 집을 비우기 다반사였고 생활비도 가져다 주지 않는 생활의 연속이었기에 이미 나에게는 남편이라는 존재가 지워져 없었나 보다.
협의이혼절차를 밟느라 정신 없이 지내다 이혼신고까지 마치고 나서야 갑자기 내 명의로 구매하였었던 집이 불현듯 생각났다. 이에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니 이미 그 부동산은 몇 달 전에 다른 사람에게 매도되어버린 상태였다. 아마 전 남편이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팔아버렸었나 보다. 남편 입장에서야 어차피 나에게 명의신탁한 것에 불과하니까 자기 마음대로 처분했던 것 같다. 조금은 서운했지만 어차피 이혼까지 해버린 마당에 그냥 잊기로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나는 양도소득세 부과고지서를 받았다. 어차피 명의만 나에게 있었을 뿐 내 집이 아니었고 전 남편이 나 몰래 혼자 팔아버리기까지 한 집이었다. 그런데 그 집에 대한 양도소득세까지 내가 내야 하나 싶어 너무 억울했다. 세무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전 남편이 집을 팔면서 양도소득세를 줄이기 위하여 양도가액을 낮추어 신고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위 집의 매수인들의 취득세 납부와 관련하여 양도가액을 낮춘 사실이 밝혀져 버렸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증액된 양도소득세가 나에게 부과된 것이었다. 등기상 양도인은 전남편이 아니라 나였으니까.

너무나 황당한 나머지 나는 광화문에 있는 박변호사님을 찾아가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내 하소연을 다 듣고 박변호사님은 “부동산을 제3자에게 명의신탁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을 양도하여 그 양도로 인한 소득이 명의신탁자에게 귀속되었다면, 실질과세의 원칙상 당해 양도소득세의 납세의무자는 양도의 주체인 명의 신탁자이지 명의수탁자가 그 납세의무자가 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1997. 10. 10. 선고 96누6387 판결 참조)” 양도소득세부과에 대하여 조세소송을 제기하자고 하였고 결국 승소하여 양도소득세 납부를 면할 수 있었다.

이 소송과 관련하여 나는 몇 차례 전 남편에게 연락을 취하였다. 그런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사는지, 하는 일은 잘 되는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내 아이들의 아버지이니까 어디서든 잘 되길 바랄 뿐이다. 다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박흥수 변호사(gmdtn1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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