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철주 중기청장 낙마로 본 '주식백지신탁'제도
◆백지신탁은 朴대통령 2004년 총선공약=백지신탁제도는 2002년 대선때 처음 제기됐으며 2004년 총선 여야의 총선공약으로 제시하면서 공론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마련한 제도다.
◆연관성 따라 3천만원 전량매각=백지신탁제도는 장관 등 1급 이상 고위 공직자(기획재정부ㆍ금융위원회 등은 4급 이상)와 국회의원 등은 재임 기간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본인ㆍ배우자ㆍ직계존비속 등이 보유한 주식(상장및 비상장) 합계가 3000만원 이상인경우 1개월 안에 반드시 매각하거나 처리 전권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주식의 직무 관련성을 심사받으려면 이 기간에 행정안전부 소속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에 직무 관련성 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위원회는 9명으로 구성되는데 국회ㆍ대법원장ㆍ대통령이 각각 3명씩 추천하도록 돼 있다. 최장 60일 동안의 심의에서 업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주식의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직무관련성이 있을 경우 주식 보유자는 1개월 안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 신탁해야 한다.
백지신탁을 했더라도 신탁재산 가액이 3000만원 이하로 하락하거나 신탁자요구에 따라 모두 매각할경우, 퇴직이나 전보 등으로 대상자에서 제외되면 백지신탁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주식백지신탁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국민, 우리, 신한 등 시중은행과 농협,수협, 대구,부산, 경남, 제주 등 지방은행의 신탁부(팀)에서 담당한다.
이들 신탁 기관은 이를 다른 주식이나 국ㆍ공채 등 금융 자산으로 바꿔 운용하지만 대부분 사모펀드로 설정되며 운용 방식 등은 본래 주식 보유자에게 알리지 않는다. 주가 폭락 등으로 재산상의 손실이 발생해도 신탁 기관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안철수 입성하면 안랩주식 어떻게=제도 도입 취지에 따라 백지신탁을 택한 관료들도 있다.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008년 본인과 배우자가 보유한 이맛젤 주식 6만주를 백지신탁했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장관은 65억원어치 주식을 처분한 바 있다.
국회의원들의 경우 상임위가 바뀔 경우 백지신탁심사위의 결정에 따라 처분하거나 보유할 수 있다. 새누리당에서 3조원대 자산가인 정몽준 의원(현대중공업 대주주)은 직무와 무관한 외통위를, 1천억원대 자산가인 김세연(동일고무벨트대주주) 의원은 교과위 소속이다. 노원병 보궐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현재 안랩 주식 18.57%, 186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안 전 교수가 직무와 유관한 상임위에 배정받으면 안랩 보유지식 전량을 백지신탁해야 한다.
◆ 백지신탁 미국 캐나다 일본 등서 시행=백지신탁은 미국, 캐나다, 일본 등 여러 선진국에서 시행중이다. 미국은 우리의 벤치마킹모델이다. 취임과 동시에 보유한 유가증권을 신탁하고, 이후 공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자신이 신탁한 재산이 어디에 어떠한 용도로 투자되었는지 물어 볼 수조차 없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위탁한 돈이 어느 주식에 투자되었는지 알게 될 경우, 특정 회사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 자신의 공직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공직자와 이해관계자 사이에는 주식증여나 금전, 물품의 증여를 받을 수 없도록 제한을 가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에 따르면 이해관계자와의 사이에는 금전, 물품의 증여를 받는 등의 일체 행위를 금지하거나 또는 제한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는 직무와 상관없이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대신 사기업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백지운영계약(Blind management agreement)을 할 수 있다. 백지운영계약은 최초 신탁 자산을 매각하는 백지신탁과 달리 수탁기관이 회사의 지분과 연계된 권리를 행사하게 하되, 공직자는 자신의 회사와 관련된 어떤 회의나 정책 결정도 할 수 없다. 일종의 '숨통 틔워주기'인 셈이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의원은 "백지신탁제도가 경영권과 재산권침해의 소지가 있어 공직의 문호개방을 막아서는 안된다"면서 "기업가의 공직진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을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도'=기업 주식을 보유한 공직자가 직무상 얻는 정보와 영향력을 활용해 주식 자산 가치를 키우는 일을 막기 위해 주식을 신탁하고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
이경호 기자 gungh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