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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첫 타이틀' 거머쥔 여성…그녀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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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대한민국에서 여성은 특별한 존재일까. 언제나 한 분야에서 '첫 타이틀'을 거머쥔 여성에게 사람들의 시선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만큼 아직 여성이 남성에 비해 사회적 진출이 많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서글픈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남녀로 비교하면 남성이 여성보다 아직은 조금 많다. 그러나 2015년에는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보면 오는 2015년 여성은 2531만5000명으로 2530만3000명의 남성 인구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해경 함장…고유미 경정=오는 27일부터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함장이 푸른 바다 위에서 거친 파도와 싸우며 임무를 시작한다. 동해해양경찰서 소속 1513함장이 된 고유미(34) 경정이다. 해경청 홍보2팀장으로 근무 중인 고 경정은 27일부터 1513함의 함장을 맡는다.

해경에서 그녀는 '첫 타이틀'을 많이 갖고 있다. 지난 2003년 여경으로 '첫 경비함 근무'를 시작했다. 당시 경비함에는 여경이 근무하지 않아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별도의 침실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자가 배를 어떻게 타느냐" "얼마 버티지 않아 스스로 그만둘 것"이라는 사회적 편견은 여전했다. 그녀는 이 모든 편견을 이기고 50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1513함의 함장이 됐다. 특히 1513함은 독도 경비를 담당하는 1500t급 경비함으로 의미도 남다르다.
'첫 경비함 여성 근무' '첫 여성함장'의 타이틀에 이어 그녀는 이제 '첫 여성 총경'에 도전한다.

◆112년만의 첫 여성 서울역장…김양숙 역장=고졸 9급 공채로 출발, 25년 만에 1급인 서울역장 자리에 오른 김양숙 서울역장. 지난 2012년 11월에 서울역장에 취임한 그녀는 되레 "코레일은 힘차고, 딱딱한 인상 때문인지 여직원이 매우 적다. 여성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 특정부서를 피하거나, 남녀의 일을 구분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다른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녀는 "서울역장 자리에 충실하겠다"고만 답했다. 자신이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았다. 언론의 관심이야 '첫 여성 서울역장'에 있었겠는데 본인은 자신의 일을 충실히 해 왔고 지금도 서울역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김 역장은 서대전역장, 전략기획실 평가팀장, 노경지원처장, 문화홍보처장 등을 두루 거쳤다.

◆첫 타이틀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법조=법조계에서 '첫 여성 타이틀'은 이제 낯선 단어가 아니다. 지난 2012년 '제54회 사법시험' 결과를 보면 여성 합격자 비율은 지난해(37.3%)보다 4.4% 증가한 41.7%로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1대1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첫 여성 타이틀'이라는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이미 법무부장관을 비롯해 대법관, 헌법재판관까지 여성들의 진출이 이뤄졌다. 첫 여성 법무부 장관이 된 강금실 씨는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첫 여성 헌재 재판관이 된 전효숙, 첫 여성 대법관에 오른 김영란 씨 등이 있다.

또 '첫 타이틀'의 별칭은 얻은 여성들을 보면 ▲첫 중앙지법 여성 공보판사 조원경 ▲첫 대검 여성 대변인 박계현 ▲첫 여성법원장 이영애 ▲첫 헌재 여성 국장(이사관) 김정희 ▲첫 법무부 여성 국장 김정옥 ▲첫 여성 부장/차장검사 조희진 등 상당히 많다.

◆첫 여성임원들, 지난 연말 정기인사에서 두각=지난해 연말 기업들의 정기인사에서도 여성 임원들의 진출이 눈이 띄었다. 기업체에서 여성 임원을 본다는 것은 이제 대단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연말 코오롱은 임원 승진 및 선임인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이수영(44) 코오롱워터앤에너지 전략사업본부장(전무)을 코오롱워터앤에너지 공동 대표(부사장)로 승진 선임했다.

또 현대백화점그룹도 정기인사를 통해 백화점 업계 첫 여성 점장을 발령해 관심을 모았다. 상무로 승진하면서 현대백화점 일산 킨텍스점장으로 홍정란 상무(46)가 발탁된 것.

기업체 여성임원이 된 이들은 한결같이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를 강조했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남성 중심 사회=그러나 여전히 사회 곳곳에는 남성과 여성의 차별은 존재한다. 특히 공공기관은 그 격차가 심하다. 공공기관 임원 중 여성은 9.1%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절반 이상은 단 한 명의 여성임원을 두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다. 공공기관 중 여성이 기관장인 곳은 전체의 5.6%에 머물고 있다.

지난 15일 공공기관들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288곳의 임원 2993명 중 여성은 9.1%인 272명. 공공기관 중 51.7%인 149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대, 여전히 여성으로 태어난 것은 분명 사회적 편견과 험난한 과정에 놓여있음을 보여준다.

천양희 시인은 '허난설헌을 읽는 밤'이란 시에서 "소낙비 같은 슬픔이 쳐들어와선/이 땅에 여자로 태어나/누구의 아내로 사는 누구라도/허난설헌을 읽는 밤/너무 늦게 마르는 눈물자국이여"라고 썼다.

조선의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였던 허난설헌은 평생 세 가지의 한(恨)이 있었다. ▲여자로 태어난 것 ▲조선에서 태어난 것 ▲하필 김성립의 아내가 된 것이라고 한탄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성으로 태어난 많은 이들이 허난설헌의 세 가지 한처럼 여성으로 태어난 것, 하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 나아가 특정 남자의 아내가 된 것을 후회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을까.

린다 뱁콕과 사라 래시버가 펴낸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라는 책에서는 여성들이 사회의 편견과 선입견에 맞서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요구하고 협상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을 옮긴 이화여대 남영숙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 평균임금은 남성의 62%에 그치고 있고 직장 내 보이지 않는 차별, 육아와 가사 등 가정의 양립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는 존재가 우리나라 여성"이라며 "여성들은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고, 적극 요구하고, 협상해야 하며 사회와 국가는 이를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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