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아,저詩]배용제의 '그녀' 중에서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거리에서 한 여자가 스쳐간다/불현듯 아주 낯익은, 뒤돌아본다/그녀는 나와 상관없는 거리로 멀어진다/도무지 생각나지 않는,/철 지난 외투 주머니에서 발견된 메모지처럼 그녀는//기억의 지느러미를 흔들고 거슬러 오르면/전생의 내 누이,/그보다 몇 겁 전생에서/나는 작은 바위였고 그녀는 귀퉁이로 피어난/들풀이었는지 모른다(......)

■ 새벽에 문득 잠이 깨서 네이버에서 옛 메일을 훑어본다. 2년 전에 받았던 알쏭달쏭한 십여통의 편지가 눈에 띈다. 20년 전에 알던 사람이라는 L. 매일같이 오는 메일을 보면서도 그때 나는 무엇엔가 마음이 바빠 그를 주목할 여유가 없었다. 이제야 찬찬히 글들을 읽어본다. 내게 편지를 한 뒤 답장과 관심을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기에, 그는 마음이 상한 채 가만히 인연을 다시 접은 것 같다. 내 글을 읽고는 감회를 적기도 하고 자신의 블로그에 방문해주지 않은 것에 대해 섭섭함을 피력하기도 했다. 마지막 편지에는 '이별'이라는 제목으로, 약간 비장한 통보를 하고 있다. 소리없이 피었다 진 달맞이꽃 하나에도, 마음을 흔드는 여운이 있다. 어느 날 그가 추천했던 시인의 블로그에 들러 음악을 실컷 듣고 온다. 창밖은 아직 어둡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김호중 "거짓이 더 큰 거짓 낳아…수일 내 자진 출석" 심경고백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국내이슈

  • 이란당국 “대통령 사망 확인”…중동 긴장 고조될 듯(종합)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해외이슈

  • [포토] 검찰 출두하는 날 추가 고발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포토PICK

  • 기아 EV6, 獨 비교평가서 폭스바겐 ID.5 제쳤다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