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오전 9시 77세의 전직 약사인 드미트리스 크리스툴라스는 그리스 의회 근처 산타그마 광장 한복판에서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는 유서에서 35년간 꼬박꼬박 내왔던 연금으로는 더 이상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게 됐다"면서, "그리스 정부가 살려고 아등바등하는 자신의 모든 노력들을 끊어 놨다”며 정부를 비난했다. 그의 유서에는 “이미 나이가 들어 정부에 적극적으로 항의해 나갈 수도 없게 됐다며, 살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져 먹을 것을 찾는 상태에 이르지 않기 위해 존엄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의 죽음과 관련해 그리스인들은 ‘자살이 아니라 사회에 의해 강요된 죽음’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그리스의 유력 일간지인 엘레프테로스 티포스는 크리스툴라스를 ‘그리스의 순교자’로 호명했다. 또한 많은 이들은 그가 그리스의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됐다고 말하고 있다.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튀니지의 과일 노점상을 하던 청년으로 정부의 단속으로 손수레를 빼앗긴 것에 항의하며 분신하며 아랍 전역의 민주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인물이다.
그리스인들은 그의 죽음과 관련해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강요된 긴축정책의 결과라면서 긴축정책 자체에 대한 반감을 키워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신민당과 사회당이 40%의 득표를 얻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이들 정당이 더 군소정당들에게 표를 뺏길 경우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약속된 긴축정책들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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