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더라면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지금과 같은 곤란한 지경에 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시 수사팀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이인규 전 지원관 등 3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때도 윗선과 몸통에 대한 이런저런 의혹들이 있었지만 증거불충분 등으로 모두 무혐의 처리됐다.
기자회견을 열어 스스로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청와대 비서관은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물론 검찰도 할 말은 있다. 수사팀장이었던 오정돈 차장검사는 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찰 사실 자체만으로는 기소가 불가능하다"면서 "사찰을 통해 특정인으로 하여금 의무가 없는 행위를 하게 하거나 권익을 침해한 사실이 확인돼야 하는데 당시 수사에서 이인규 전 지원관 등 세 명만이 혐의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컴퓨터 파기, 기록을 지우기 위한 디가우징 등 은폐 의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검찰이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힘들다. 당시 수사는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에 약한 검찰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 부메랑은 고스란히 현 정권과 검찰에 돌아오고 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은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고 있으며 권재진 법무장관의 사퇴까지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 전 비서관의 월권과 탈법적인 비위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자칫하면 불법 사찰의 오명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생겼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새누리당의 한 재선의원은 "있는 잘못을 없는 것으로 만들어달라는 게 아니라, (검찰이) 타이밍을 잡았을 때 싹을 잘랐어야 한다"면서 "당시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는 바람에 결국 (검찰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권력이 날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재선의원은 "이영호라는 깜도 안되는 인물이 벌인 해프닝에 가까운 일을 정권 전체가 책임지게 생겼다"며 "검찰이 중심을 잡지 못하니까 결국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에 부메랑이 돼서 돌아온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당시 수사계통은 이귀남 법무부 장관, 김준규 검찰총장, 노환균 서울중앙지검장, 신경식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 등이다. 이귀남 전 장관은 '은퇴'했고, 김준규 전 총장은 변호사 개업을 했다.
노환균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구고검장을 거쳐 법무연수원장으로, 신경식 전 1차장검사는 대전고검 차장을 거쳐 청주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오정돈 전 팀장은 법무부 감찰담당관을 거쳐 현재의 보직에 발령됐다.
김효진 기자 hjn2529@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