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출제부터 시험장 사고까지...수험생 위주 처리
[아시아경제 박은희 기자]
원칙이 먼저일까 사람이 먼저일까? 올해 수학능력시험장에서 이같은 문제를 고심하게 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수능당일인 10일 서울에 사는 한 남학생은 경기도 구리시에 있는 인창고등학교로 향했다. 원래 학생이 가야했던 곳은 서울 인창고등학교. 같은 이름의 학교를 혼동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가 도착한 시간은 입실마감시간 15분 전인 오전 7시55분. 원칙대로 하자면, 그는 다시 서울 인창고로 향해야 하고 그랬다면 입실시간을 넘겨 수능시험 응시자격이 박탈됐어야 한다.
하지만, 구리 인창고 시험장 관리본부는 학생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 사실을 파악한 즉시 서울시교육청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연락하고 이 학교 보건실에 별도의 시험실을 마련해 문제의 학생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구리 인창고는 과학탐구가 아니라 사회탐구 과목을 응시하는 여학생들의 시험장이었음에도 본부측은 구리남양주교육지원청에서 보관하고 있던 일부 여유분의 과학탐구 시험지를 긴급 수송해 학생이 완벽한 상태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교육당국의 세심한 배려가 한 학생을 살려낸 것이다. 올해 수능시험에서는 이처럼 교육당국의 '배려'가 유독 돋보였다. 수험생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문제출제부터 시험장 사고 수험생 입장에서 판단하고 대처한 상황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계율 달성에만 치중해 대다수의 학생들이 어렵다고 느꼈던 수능 문제를 올해는성실하게 준비했다. 연계율 70%를 달성하면서도 연계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쉬운 문제에서부터 어려운 문제까지 골고루 내놔 학생들의 체감연계율이 높아졌다는 평가와 함께 수능 만점자 1%기준도 무난히 달성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험문제를 만드는 입장과 시험을 치르는 입장은 어찌보면 대립적인 관계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번 수능현장을 바라보며 교육당국이 수험생들의 인생이 걸린만큼 중요한 수능을 수험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은희 기자 lomore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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